국내 연구진이 세포가 움직이는 방향을 결정하는 단백질을 찾아내고, 자체 개발한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이 단백질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암세포 전이나 면역세포 이동 등에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인지및사회성연구단 허원도 그룹리더(KAIST 교수)팀이 세포 이동에 필요한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하는 GEF 단백질 중 하나인 'PLEKHG3'가 세포의 이동방향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그동안 여러 종류의 GEF 단백질을 세포에 발현시켜도 세포 이동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고, 세포 이동의 작동 원리도 밝히지 못했다. 연구팀은 바이오 이미징 기술로 세포 내 63개의 GEF 단백질의 분포를 분석해 세포 이동을 조절할 가능성이 높은 GEF 단백질을 선별했다. 이 가운데 PLEKHG3가 세포의 진행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PLEKHG3는 소형 GTP 결합 단백질을 활성화해 세포 골격을 이루는 액틴 섬유를 형성하는데, 이 액틴 섬유는 그물망 형태로 지느러미 같은 돌출부를 만들어 세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 과정에서 PLEKHG3은 액틴 섬유와 강하게 결합해 소형 GTP 결합 단백질의 활성을 더욱 촉진시켜 세포의 이동 속도를 빠르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자체 개발한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PLEKHG3 단백질의 활성을 조절해 세포의 이동 방향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청색광 수용체를 이용해 만든 융합 단백질이 발현된 세포에 청색광을 비추면, 이 융합단백질이 PLEKHG3를 올가미처럼 붙잡아 움직임을 방해하는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즉, 빛을 비추면 세포는 이동을 멈추고, 빛을 끄면 PLEKHG3가 활성화되면서 세포가 움직이게 된다. 빛을 비추는 부위를 조절해 세포의 이동 방향을 제어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허원도 그룹리더는 "PLEKHG3가 세포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 단백질이고, 이 단백질을 빛으로 제어해 세포의 이동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데 연구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22일(현지시간) 실렸다.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허원도 IBS 그룹리더는 세포의 이동 방향을 결정하는 PLEKHG3 단백질을 발견하고, 이를 광유전학기술을 활용해 활성을 조절해 세포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PLEKHG3에 의한 새로운 세포 이동 매커니즘을 보여주는 개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