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비 전년비 23%↑
프리미엄 의료기기 시장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승부
프리미엄 의료기기 시장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승부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통계로 본 2015년 보건산업 주요 성과'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기기 상장기업 36곳의 연구개발비 규모는 총 1510억원으로 전년도 보다 22.9% 늘었다.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한 비중은 7.8%로, 제조업 상장기업 전체 평균인 3.3% 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국내 의료기기 매출 1위 기업인 삼성메디슨은 지난해 506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이는 전체 매출 2683억원 중 18.9%에 달하는 금액이다. 회사는 R&D 투자가 늘면서 지난해 2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도 R&D 투자를 멈추지 않고 상반기에만 205억원을 투입했다.
실적 악화를 감수하면서 회사가 R&D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프리미엄급'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2014년 이후 삼성전자의 첨단 IT 기술을 융합한 'WS80A'와 'RS80A' 등 프리미엄급 제품을 출시해 종합·대학병원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 기술로, 올해는 영상의학과용 초음파 진단기기인 RS80A에 인공지능 학습기법인 '딥러닝' 기술을 접목한 'S디텍트' 기능을 탑재했다. 이 기능은 수많은 진단 이미지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검사 중 병변이 의심되는 부위를 파악해 의사에게 제시한다. 회사는 유방암 진단 기술을 선보인 데 이어 적용범위와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레이저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루트로닉은 지난해 매출의 21.5%에 달하는 155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피부·성형 치료 분야에서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R&D를 통해 안과 분야로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루트로닉이 개발한 '알젠'은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 부위를 레이저로 직접 치료하는 세계 최초의 의료기기로. 국내와 유럽에서 당뇨병성 황반부종과 중심성장액맥락망막병증으로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신뢰도를 높이고 적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혈당측정기 전문기업 아이센스 지난해 매출의 9.6%에 해당하는 98억원을 R&D에 투자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10.6%에 달하는 58억원을 투자했다. 2003년 세계 최초로 0.5㎕ 이하의 극소량 혈액으로 5초 안에 혈당 측정이 가능한 혈당측정기 제품을 개발해 업계 표준을 바꾼 이 회사는 현재 2019년 상용화를 목표로 피부 아래 지방 내 센서를 삽입해 혈당을 측정하는 '연속혈당측정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기기는 R&D를 시작해 임상시험과 허가 과정을 거쳐 실제 제품으로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리고 많은 기술적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분야"라며 "신규 진입이 쉽지 않은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선 기술력 확보를 위한 R&D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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