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양자통신 위성 쏘고 미·유럽은 막대한 예산 쏟아붓는데…
2020년 선도국 진입 계획 불구
수천억대 예산 불발로 지지부진
2020년 선도국 진입 계획 불구
수천억대 예산 불발로 지지부진
중국이 해킹이 불가능한 차세대 통신기술 '양자 암호 통신'을 적용한 위성을 세계 최초로 쏘아 올리고, 미국과 유럽 각국이 양자 컴퓨팅·통신 등 양자 정보통신 기술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주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의 핵심이 될 양자 ICT 개발에 적극 투자하지 못하며 뒤처지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가 차세대 양자 정보통신 기술 주도국으로 도약하겠다며 2014년 야심차게 내놓은 계획이 예산을 제대로 배정받지 못하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당시 양자통신 진흥 관련 특별법을 만들어 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던 국회도 관심이 사라진 상태다.
양자정보통신은 에너지 최소단위인 양자(퀀텀)의 물리학적 특성을 통신에 적용한 최첨단 기술이다. 레이저 광원에서 쏘는 빛 에너지 속에 있는 퀀텀은 수억 번을 반복해도 같은 모습을 형성하지 않을 정도로 규칙성이 없고,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퀀텀을 검출해 난수 코드를 만들어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인증키로 활용, 완벽에 가까운 보안성을 보장할 수 있는 원리다. 중국이 최근 발사한 '묵자' 양자통신 위성은 이 통신 기술을 적용했다.
양자 기술을 보안을 넘어 컴퓨팅 분야에 적용할 경우 그 파급력은 훨씬 커진다. 빛의 속도로 진행하는 양자 원리를 활용하면, 현재 슈퍼컴퓨터보다 몇 천 배 뛰어난 연산 능력을 지닌 양자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양자센서, 부품 관련 기술은 다양한 산업을 일으킬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양자정보통신 시장은 올해 약 3조3000억원에서 연평균 10.4% 성장해 오는 2020년 약 5조5000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민간기업과 정부는 양자 통신 기술 관련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세계 최초 양자통신 위성은 지난 2012년부터 5년 동안 2900억원을 투입키로 한 중국 과학기술부의 대표 성과로 꼽힌다. 미국은 퀀텀 정보과학 비전 연방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2009년부터 연 1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민간기업인 미국 구글과 록히드마틴 등도 수천 억원에서 수 조원을 쏟아 붇고 있다. 유럽은 퀀텀 유럽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2006년부터 매년 520억원 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 기술 투자 규모가 연간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부는 지난 2014년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2020년까지 선진국에 버금가는 수천 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양자통신과 양자 컴퓨팅 분야 세계 선도국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 초에는 대전과 판교 지역에 민간기업과 대학의 시험망 구축을 지원키도 했다. 하지만 미래부가 내세운 수천 억원의 예산은 정부 예비타당성 심사에서 우선순위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초 구글의 '알파고 쇼크' 이후 정부의 기술투자 관심은 인공지능 분야로 쏠리고 있는 실정이다.
양자 정보통신을 진흥하려던 국회 움직임도 답보 상태다. 서상기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말 '양자통신진흥법' 초안까지 마련했지만, 19대 국회에서 결국 발의하지 못했다. 이 특별법안은 양자정보통신 기술 육성과 산업화를 촉진하기 법적·제도적 근거를 명시했다. 공공부문의 장비 구축사업, 기술 연구개발(R&D) 예산 집행 근거 등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서 전 의원이 낙선하며 법제화도 멈춰섰다.
국내 양자정보통신기술 전문가는 "양자 통신기술과 컴퓨팅 기술은 앞으로 산업 흐름 자체를 바꿔놓을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며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가 관심을 가지고 진흥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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