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욱 차의과학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의과학 칼럼] 신개념 `네트워크 연구` 기대 크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8/2016081702102351607001[1].jpg "[의과학 칼럼] 신개념 `네트워크 연구` 기대 크다")
복잡계(Complex System) 또는 네트워크 (Network)에 대한 연구는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 빅데이터 연구의 핵심 기술 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복잡계에 관한 연구는 점(노드)과 이들을 잇는 선(링크)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그래프 이론과 통계물리학에 그 이론적 기반을 두어 발전해 오며 전산학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수많은 학문적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복잡계에 대해 거의 잘 알려지지 않다가 2000년대 초반 헝가리의 과학자 바라바시가 사회연결망, 인터넷 연결망 및 생체 단백질 연결망 등의 구조적 특징을 파악하게 되면서 세상에 그 중요성이 알려지게 된다.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에 따라 대부분의 네트워크 구조는 멱함수 분포(Power law Distribution)로 대변되는 척도 없는(Scale-Free) 구조를 보인다는 공통된 특징을 갖게 되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단백질 및 유전체 연결망과 같은 생물학적 네트워크도 이와 동일한 구조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특징을 보인다는 것은 얼핏 봐서는 복잡하게만 보이는 네트워크가 사실은 일정한 규칙과 법칙이 존재할 것이라는 간접적인 증거를 제시한다.
이와 같은 생물학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시스템생물학 연구 분야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고 현재 생물정보학 연구 분야의 하나의 큰 축으로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시스템생물학은 의학적인 관점에서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체와 단백질을 발굴하고, 이로 인해 발생되는 질환 및 약물과의 상호작용 등을 다룬다. 또한, 유전체로 촉발되는 질병간의 연관관계 분석을 통해 질환의 발생 기작과 원인을 파악하는데도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물리학의 제어이론을 도입해 약물들에 의한 질환 유전체들의 상호관계의 피드백루프 시뮬레이션 첨단 제어기술을 도입함으로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에도 도전장을 내고 있다.
이와 같은 연구가 가능하게 된 이유는, 의학연구에 관한 펍메드로 대변되는 의학저널 초록 데이터베이스가 그 어떤 학문 분야보다 잘 구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어레이 또는 차세대유전체분석기술(NGS)과 같은 초고속 유전체 분석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십수년 동안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성과는 유전자-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오랫동안 검증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십여개 이상의 단백질 및 유전체 상호 작용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됐으며, 유전체 변이와 관련된 다양한 질환 데이터베이스와 네트워크의 하위 개념을 포함하는 패스웨어 데이터베이스, 유전체와 약물간의 상호작용과 각 약물들의 기작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는 약물 데이터베이스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스템생물학 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연구 분야는 바로 암유전체 분야다. 암은 다른 어떤 질환보다도 유전체와 관련이 깊으며 이 때문에 암유전체는 차세대 유전체분석 기술의 핵심 질환 대상이기도 하다.
인간게놈 프로젝트(HGP)와 마찬가지로 시스템생물학 분야의 장밋빛 미래를 예견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이기는 하다. 네트워크를 통해 적용된 수많은 통계이론과 동역학적 기법을 동원한 약물반응에 관한 생물학적 시스템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예상과는 달리 위양성(False Positive)이 너무나도 많았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질병 중 일부만이 유전체 질환으로 속하기 때문에 전체론적 관점에서 인간 질병을 설명하기에는 아직까지 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임상데이터를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임상데이터를 이용한 질환들간의 상호작용을 연구중에 있기도 하다. 또한 네트워크의 상호작용 데이터 뿐만 아니라, 유전자 발현이라는 시그니처 연구를 함께 동원한 전통적인 생물정보학 기법과의 상호 연구도 중요하다.
생명체를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십수년에 불과하다. 어떤 연구자는 시스템생물학으로 칭하기도 하고 어떤 연구자는 네트워크의학으로 부르기도 할 정도로 아직 학문의 정의를 내려가면서 발전해 나가는 연구 분야라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생물학적 또는 의학적 복잡계 네트워크의 연구가 기존의 전통적인 생물학 및 의학이 맞추지 못한 퍼즐의 여러 조각을 맞추고 궁극에 가서는 거시적 관점에서 인간의 질병과 치료법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줄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점에서 큰 기대감을 가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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