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ㆍ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알쏭달쏭 `크리에이티브 코리아`](http://contents.dt.co.kr/images/201608/20160811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알쏭달쏭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The government has proclaimed 'Creative Korea' as the nation's new slogan. This, like many of its predecessors, is another brainchild of the stupidity of the Korean bureaucracy(정부는 크리에이티브 코리아를 새 국가 슬로건으로 공표했다. 이것 역시 그전의 것과 마찬가지로 멍청한 한국관료들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작품이다). - 코리아헤럴드, 2016. 7.8.
Creative Korea(창의 한국)ㅡ 정부가 이걸 새 국가 슬로건으로 발표하자 "표절이다", "아니다" 논란이 뜨겁다. Is 'Creative Korea' plagiarized?('크리에이티브 코리아'는 표절인가?) Creative France와 똑 같은데다 2도 색상까지 어지간히 닮았다. 표절이라고 비판이 잇따르자 문화부가 내놓은 해명이 걸작이다. The ministry said that it had already used the colors in many government slogans and campaigns, and that the word 'creative' was not something to be used 'exclusively' by a certain government(이 색은 많은 나라가 정부 슬로건과 캠페인에 이미 쓰고 있으며 크리에이티브란 말은 특정 정부의 전유물이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문화부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누구나 쓰는 흔해 빠진 것을 국가브랜드로 삼았단 말인가!
여론조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핵심가치를 '창의' '열정' '화합'으로 정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유전자(DNA)에 내재된 창의의 가치를 재발견해서 세계 속의 대한민국 브랜드 이미지로 높이는데 이 슬로건의 의의가 있다고 한다. 꿈보다 해몽이다.
첫째, 왜 38억원이나 들여서 만든 Creative Korea가 호된 비판을 받고 있는가. 국가 이미지 빌딩과 외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일관된 캠페인이 필요한데 새 브랜드의 채택은 혼란을 가중시킨다. 과거 서양인들은 우리나라를 hermit kingdom(은둔의 나라), land of morning calm(조용한 아침의 나라)으로 부르기도 했고 헨더슨 같은 정치학자는 우리 정치를 빗대어 vortex(소용돌이)라고 한 바 있다. 이 영향 탓인지, 2002 월드컵을 앞두고 정한 슬로건이 Dynamic Korea(역동적인 한국)였다. 그 뒤 2006년 한국관광공사가 관광진흥을 위한 캠페인 구호로 Korea, Sparkling을 내걸었다. '다이내믹 코리아'는 난투극 벌이는 국회를 연상하기 쉽고, '코리아 스파클링'은 부글부글 끓는 온천탕을 떠올리게 만든다. 둘째, 새 슬로건이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뜬금없는 슬로건들은 국격을 높이기는커녕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Korea, Be Inspired(한국이여, 힘내라) 그리고 Imagine Your Korea(네 한국을 상상해 봐)라는 구호를 보고 우리나라를 찾아온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세째, 크리에이티브에 무슨 참신성이 있는가. 코리아를 상징하는가? 밀라노의 패션이나 디자인, 파리의 예술, 스위스의 시계처럼 정말 세계가 인정하는 독창성이 우리에게 얼마나 있는가. 존 버튼은 그의 칼럼에서 뼈아픈 지적을 했다. Moreover, the word 'creativity' is not particularly distinctive when it comes to describing Korea in comparison with other nations(더욱이 창의성이란 말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한국을 묘사할 때 변별력이 전혀 없다). 물론 한글(its own writing script)과 거북선(the world's first armored ship) 그리고 금속인쇄술(the world's moveable type)은 높이 평가할 수 있어도, 캠페인 비디오에 등장하는 반도체나 스마트폰이 한국의 독창성을 대표할 수는 없다. 무슨 세계가 놀랄만한 혁신적인 제품(world-beating innovative products)을 내놓은 일이 있느냐, 아니면 노벨의학상이나 경제학상 하나 받은 적 있느냐고 반문한다. Its most successful products have been copied from elsewhere(한국의 성공한 제품의 대부분은 어디선가 베낀 것들이다). 이 말에 100%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creative는 낡고 진부한데다 애매모호하고 외국인이 보는 한국의 이미지와 전혀 걸맞지 않는다.
네째, 영어 슬로건을 정하는 일을 국내 여론조사로 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 캠페인 대상이 되는 외국인들의 의견을 반영했어야 한다. 이웃나라 슬로건을 보면 마음에 와 닿는다. 일본관광청의 브랜드는 Japan. Endless Discovery(일본. 끝없는 발견)이고 중국은 China Like Never Before(전에 없던 중국)이다. Malaysia, Truly Asia(말레이시아, 진짜 아시아)도 얼마나 좋은가!
결국 Creative Korea는 박근혜정부의 경제 지표 창조경제(creative economy)를 염두에 두고 급조된 슬로건이다. 부정확한 슬로건(inaccurate slogan)은 반(反)창의적인 관리들(uncreative officials)의 머리 속에서 나온다. 독창성 없는 지나치게 추상적인 이 슬로건은 결국 정권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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