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 핑계로 GIS 미래 핵심기술 노림수?
"GPS 활용 게임으로 지도데이터 필요 없다"
국토부, 이례적 발표… 잘못된 사실에 '반박'
서버·세금 등 현행규제 벗어나 특혜 받을땐
국내 기업과 형평성 어긋나 '역차별' 우려도
"GPS 활용 게임으로 지도데이터 필요 없다"
국토부, 이례적 발표… 잘못된 사실에 '반박'
서버·세금 등 현행규제 벗어나 특혜 받을땐
국내 기업과 형평성 어긋나 '역차별' 우려도
![[알아봅시다] 구글 `지도반출`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608/2016080902101831033001[1].jpg "[알아봅시다] 구글 `지도반출`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로 불거진 구글의 국내 지도 반출 이슈가 8월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는 물론 산업계와 학계, 정치권까지 나서 '지도 반출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로 열띤 논쟁을 벌이는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엔 지도 데이터가 한 국가의 정보 주권이자, 자율주행차·드론 등 미래 산업의 근간인 만큼, 안보와 4차 산업 등을 둘러싼 지도 데이터 반출을 반대하는 여론이 크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구글은 왜 우리 지도 데이터에 목말라 하는 걸까요. 또 산업계와 정치권까지 나서 지도 데이터 반출 불가를 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포켓몬 고'는 GPS 기능을 활용한 위치기반 게임으로 정밀 지도데이터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구글에서 이번에 요청한 정밀 지도 반출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지난 7월 14일 국토교통부는 이례적으로 이같은 보도자료를 내놨습니다. AR 게임 '포켓몬 고'가 한국에서 서비스되지 않는 이유가 구글의 지도서비스와는 무관하다는 이유를 밝힌 것입니다. 이는 '포켓몬 고'가 구글 지도를 바탕으로 서비스되기 때문에 정밀 지도 데이터가 구글에 제공되지 않는 한국에선 이 게임을 이용할 수 없다는 잘 못된 사실이 퍼지면서,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줘야 한다는 국내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입니다. 구글도 한 달 전인 6월 우리 정부에 국외 지도반출을 공식 신청하면서 논란은 한층 더 가열되기 시작했습니다.
◇ 구글이 한국 정밀지도 반출을 요청하는 진짜 이유는?= 구글의 국내 지도 반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구글은 지난 2007년 우리 정부에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습니다. 2010년 구글이 공식적으로 지도 데이터 국외반출을 요구하자, 국토지리정보원 측은 국내에 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안을 제시했죠. 하지만 당시 구글은 시스템 구성상 국내에 서버를 두는 것은 어렵다며,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2014년 6월 국외 반출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서 반출 승인 신청 절차가 새로 만들어지자, 구글은 올해 6월 1일 국토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한 5000대1 대축척 수치지형도 기반의 정밀 지도 데이터에 대한 '국외반출 허가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6년 만에, 비공식적으로는 10년 만의 재반출 요청입니다.
구글은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한국 정밀 지도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중국, 러시아 심지어 북한에서도 서비스되는 구글의 길찾기(내비게이션) 서비스가 한국에서 지도반출을 허락하지 않아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 시각은 다릅니다. 구글이 지도 반출을 신청하는 진짜 이유를 알기 위해선 이 회사의 미래 사업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길 찾기 등 내비게이션을 시작으로 이 회사가 신성장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고 있는 드론, 자율주행차, 구글글라스, 사물인터넷(IoT) 등은 지도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한 사업입니다. 정밀지도를 활용한 지리정보시스템(GIS)은 미래 산업의 핵심기술입니다. 드론,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이동이 가능한 모든 기기들이 지도데이터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조사한 '디지털 지도를 활용한 위치기반서비스 세계시장 규모'를 보면 GIS 산업은 2014년 83억 달러, 2015년 113억 달러, 2016년 157억 달러(추정)로 매년 약 30%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8년에는 296억 달러(약 32조원)가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 국내 신산업 피해 우려… 해외 지도반출 신중해야= 국내 지도 전문가와 산업계가 걱정하는 것도 이 부분입니다. 만약 구글에 지도를 반출해줄 경우, 자율주행차, 드론 등 지도에 기반 하는 각종 국내 신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자국산업 보호' 측면에서 지도 반출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국내 업체는 서버 설립, 세금 납부 등 현행 규제를 준수하고 있는데, 구글 등 다국적 IT기업은 현행 규제에서 벗어나 특혜를 받는다면 형평성에 어긋날 뿐더러 국내 기업을 되레 역차별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다시 말해 구글이 국내에 데이터센터 서버를 두지도, 제휴하지도 하지 않고 지도 국외 반출에 성공하면 세금 등 비용 부담을 덜게 돼 지도 관련 산업분야에서 네이버 등 국내 기업에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국내 관련 업체와 정치권에선 '조건부' 지도반출을 구글이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첫 번째는 지도 반출 없이 구글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조건을 따르라는 것입니다. 국내법상 한국에 서버를 둘 경우 국가 정밀지도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구글은 데이터센터 설립만으로 서비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구글 관계자는 "구글 서비스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구글이 사용하는 데이터가 전 세계 곳곳에 위치한 복수의 데이터센터에 저장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번째는 보안 및 군사시설 등을 가리는 조건으로 지도반출을 승인할 수 있다는 정부 방침에 따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구글과 정부의 생각이 다릅니다. 구글은 자사가 반출을 요청하는 지도데이터에는 민감한 정보가 없다고 주장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안보 시설이 포함돼 있지 않은 지도데이터라도 구글의 위성영상 서비스인 '구글 어스' 등과 결합하면 한국 내 주요 보안 시설이 노출돼 안보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합니다.
구글의 지도 반출 신청 심사 시한은 오는 25일까지입니다. 국토교통부,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안전행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7개 부처로 구성된 측량성과국외반출협의체는 25일 최종 심사 결과를 통보하기 앞서 오는 12일 2차 회의를 열고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채희기자 poof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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