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ㆍ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방콕·홈캉스…늘어가는 신개념 휴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608/20160804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방콕·홈캉스…늘어가는 신개념 휴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여름휴가가 절정이다. 7월 한 달 인천공항을 통해서 해외로 빠져나간 사람이 54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지만 휴가를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57.7%가 올여름 휴가 계획이 없다고 한다(동아일보, 2016. 7. 29). 국내 여행도 피크타임에는 숙박비도 비싼데다 교통은 막히고 예약조차 힘드니 집에 있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집 떠나면 고생길이니 집에서 책 읽고 음악 들으면서 편하게 보내는 것도 좋은 휴식일게다. 이른바 방콕족(族)이다.
도시에 머물면서 영화관에 가고 전시회나 공연도 보고 예술마을이나 한강 고수부지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 '도시 바캉스'라고 부른다. 요즘 한강 주변은 피서객으로 붐빈다. 2016 한강몽땅여름축제에는 이불 덮고 누워서 영화를 즐기는 '한강 이불영화제'가 있어 이채롭다. 휴가라고 하면 바다와 산을 떠올리기 쉬운데 바닷가와 휴가지 등의 불친절, 바가지요금, 위생불량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밥 한끼 먹을 때마다 짐짝 취급을 당하는 식당의 불량한 서비스, 선뜻 젓가락 가기 어려운 위생상태,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더미, 노성방가… 등이 '홈캉스'로 몰고 있다(동아, 2015.8.11). 홈캉스(home + vacance)는 방콕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한편 소프트타깃(soft target, 방어능력이 없는 민간인)을 겨냥한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잇따른 테러도 휴가 풍속도를 바꾸어놓고 있다. 유럽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휴양지가 바로 코따쥐르(남프랑스 칸느, 니스 등 지중해 연안)인데 지난 7월14일 일어난 니스의 트럭 테러는 여행객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바캉스(vacance)는 프랑스어다. 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다는 뜻이다. 뿌리는 같지만 영어로 휴가는 vacation이다. 같은 뜻의 표현에는 holiday, leave, day off 등이 있다. 그는 방콕 휴가 중이다(He is home on vacation.), 내일은 쉽니다(I will take tomorrow off.)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사람을 뽑을 때 빈자리가 vacancy인 것처럼 vacant는 '비어있는', '공석의'를 뜻한다. 금년에는 대기업 총수들도 방콕 휴가를 선호하고 있다. 현안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어려운 지역을 살리는데 힘써 달라고 한 대통령의 당부를 고려한 탓인지 대부분 집과 회사를 오가는 모양이다. "회장님은 방콕이다"(조선, 2016. 7. 27) 제목의 기사 일부다.
"박근혜 대통령, 시원한 청와대에서 오늘부터 5일간 여름휴가에 들어갔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청와대 관저에서 이른바 '청콕 휴가'를 보낼 예정인데요…(채널A, 2016.7. 25)
대통령은 3년 연속 청콕 휴가를 보내는 중에 울산을 깜짝 방문해서 십리대숲을 거닐고 시장에서 돼지국밥을 들었다. 물론 청콕은 방콕에서 파생된 조어다.
바캉스 유형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더위도 피하고 작가들의 창작적인 역발상을 배우고 일거양득 피서법인 아트 바캉스(art vacance)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시원하고 쾌적한 미술관이나 갤러리, 아트페어 전시장에서 폭염을 날리며 새로운 생각으로 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매일경제, 2016. 7. 12). 조각-설치 중심의 '조형아트서울'을 다룬 art vacance 기사에 맞서서 한국경제는 '해외로 아캉스(art + vacance) 떠나요' 타이틀의 기사를 실었다. 해외 유명 미술관의 여름특별전을 소개한 아캉스기사는 해외에서 휴가비를 줄이고 추억은 배로 만들어줄 오감여행이라고 규정했다(한경, 2016. 7.25). 더 나아가 지친 뇌를 충전하고 마음에 자유를 주는 '마인드 바캉스'란 말도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과 미국, 심지어 아시아에서도 테러가 빈발하자 집 가까운 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스테이케이션족(族)도 늘어나고 있다. staycation은 머물다(stay)와 휴가(vacation)의 합성어다(중앙, 2016.7.18). 특히 서울 남산의 Banyan Tree Club & Spa와 같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갖춘 6성급 호텔에 머물면서 스파, 미식을 즐기고 미니 풀이 있는 디럭스 룸에서 아름다운 밤을 보내는 추억은 해외여행을 능가하는 청춘의 로망이다. 이에 호응해 호텔들은 스테이케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해,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곳', 서머 인 오아시스 같은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조어(造語)는 언론의 특권이지만 지나친 남발은 품격있는 언어생활을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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