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옥 금융증권부장
![[한민옥 칼럼] 금융권 `디지털 대전`에 거는 기대](http://contents.dt.co.kr/images/201608/2016080102102258699001[1].jpg "[한민옥 칼럼] 금융권 `디지털 대전`에 거는 기대")
금융권에 '디지털 대전'이 벌어졌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 등 4대 은행이 일제히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하고 '손안의 은행' 전쟁에 돌입했다.
금융그룹별 계열 포인트제도를 통합한 '모바일 통합멤버십' 경쟁도 뜨겁다.
일부 은행은 아예 디지털금융 회사를 선언하고 조직과 문화를 확 바꿨다. IT기업에서도 드문 '스마트 워크제'를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은행도 있다.
하지만 낯설다. 금융권에 있어 그간 '디지털' 또는 '스마트'는 형식적인 단어였기 때문이다.
IT는 오프라인 금융업무의 부수적 수단에 불과했다. 스마트금융을 외치는 이면에는 'IT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었다. 심지어 해킹사고가 줄을 이어 터졌을 때도 보안투자에 소홀했던 게 우리 금융사들 아닌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금융권을 변화시킨 것 역시 '디지털'이었다. 금융과 IT의 융합, 일명 '핀테크' 열풍은 철옹성과 같던 금융장벽을 무너뜨렸다. 금융과 IT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금융사들은 국내외 IT 기업들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결국 IT기업들에게 금융이 새로운 먹거리라면, 금융사의 미래 역시 IT에서 찾기로 생각을 바꾼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금융권의 디지털 대전을 환영한다. 상호 치열한 경쟁을 통해 보다 강력한 '디지털 무장'을 기대한다. 아예 이번 기회에 금융사로써 최소한의 본질을 빼고는 다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아가 무장을 마쳤다면 우물 안에서 벗어나 글로벌 디지털 대전에 나서라.
언제까지 아프리카 우간다보다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치욕 속에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다행히 최근 모바일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운 은행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
신한은행이 국내와 베트남에서 동시에 '써니뱅크'를 출시했고, KEB하나은행은 중국에서 외국계 은행 최초로 '원큐뱅크'를 선보였다.
앞서 우리은행은 '위비뱅크'를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방글라데시, 일본, 인도, 홍콩 등에 내놨다. KB국민은행도 최근 출시한 '리브'의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한 동남아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모바일 플랫폼에 '제 2의 라인'을 기대한다면 지나친 '희망사항'일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사실 우리나라의 금융IT 수준은 인터넷·모바일 인프라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
24시간, 실시간으로 전자금융거래가 가능한 나라는 우리뿐이다. 온라인 예대 업무나 펀드 판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터넷뱅킹에서 해 왔다. 최근 비대면 금융거래의 전면 허용으로 화상상담 등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따지고 보면 핀테크의 원조도 우리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핀테크 서비스인 간편결제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휴대폰 소액결제 서비스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뒷받침돼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금융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휴대폰 소액결제 서비스를 가장 먼저 개발하고도 해외 기업에 주도권을 뺏긴 것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세계로 뻗어 나갈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고는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금융사가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벌써부터 일각에는 현 정부의 임기와 함께 핀테크 붐도 사그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정권이 바뀌고 금융사의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돼도 금융권의 디지털 대전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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