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성장 위한 '시장친화적' 정책 세우고
'IT기반 감독시스템' 구축 효율성 높여야
공모사채 발행허용 등 조달규제 완화도 검토해볼 만
장기적 소비자금융 건전한 발전 등 '큰그림' 그릴때
'IT기반 감독시스템' 구축 효율성 높여야
공모사채 발행허용 등 조달규제 완화도 검토해볼 만
장기적 소비자금융 건전한 발전 등 '큰그림' 그릴때
![[알아봅시다] 대부업 감독체계 개편과 과제](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2902101858800001[1].jpg "[알아봅시다] 대부업 감독체계 개편과 과제")
지난 25일부터 시행된 개정 대부업법으로 대부업 감독체계가 획기적으로 전환됐습니다. 그간 대부업체에 대한 등록·감독권은 지자체에 있었으나 이제는 금융위가 직접 등록·감독하게 됐습니다. 자산규모 12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가 우선 대상입니다. 최소 자기자본 제도와 총자산을 자기자본의 10배 이내로 제한하는 레버리지 규제도 신설됐습니다. 이에 따라 대부업법 진입 장벽은 높아지고 무분별한 성장도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대신 대부업 이용자 보호는 한층 강화됩니다. 보호감시인을 선임하고, 불법영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해 보증금도 예탁해야 합니다. 이런 변화는 대부업에 대한 규제가 많아진 반면, 금융당국의 정식 감독을 받는 제도권 금융으로 대부업이 인정받았다고도 할만 합니다.
실제 대부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선 대부잔액과 이용자수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2015년 12월 말 기준 대부잔액은 13조3000억원으로 2014년 말 대비 18.8% 증가했고 2012년말보다는 50% 증가했습니다.
거래자 수도 267만9000명에 달합니다. 저소득·저신용자만 대부업체와 거래한다는 생각은 이제 편견일 수 있습니다. 중신용자인 4~6등급자가 대부업을 이용하는 비중이 22.1%에 달하고 그 수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용자 역시 일반 회사원 67.9%, 자영업자 21.5%로, 저소득자만 대부업체를 이용한다는 고정관념은 편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법정 최고금리가 기존 34.9%에서 27.9%로 인하되면서 금리부담도 완화되고 대형화가 이뤄지는 등 산업 재편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양적 증가에도 위상은 제자리=그러나 대부업이 양적 성장에 걸맞은 위상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애초에 대부업은 제도권 금융과 불법 사금융 사이에서 자금 공급원으로서의 마지막 완충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측면이 큽니다. 당국의 정책도 제도권 금융으로의 위상보다는 불법 사금융의 양성화에 주력하는 측면이 컸습니다. 그 결과 양적으로는 성장했으나 질적으로는 미흡하고 편견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편견의 근저에는 고금리와 추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일본계 자금에 대한 부정적 국민 정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편견을 해소하고 대부업이 제도권 금융의 한 축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일본 소비자금융업의 경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 소비자금융업(대금업, sarakin)은 버블붕괴 시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다중채무자 급증, 불법 추심에 따른 자살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죠. 이에 2006년 차입 제한(연소득의 3분의1), 최고금리 인하 (20%), 대금업자 관리감독 강화 등 강력한 규제를 담은 대금업법 개정 조치가 시행됐습니다. 3만여개에 달하던 업체 수는 2015년 2000여개로 줄었습니다.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많은 대금업체가 폐업을 선택했고 자연스럽게 자금 공급은 줄었습니다. 살아남은 업체를 중심으로 대형화가 진행됐고, 일부 대형 부실 대금업체를 일본 메가뱅크가 인수하면서 큰 틀의 구조 개편도 이뤄졌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본계 소비자금융업체는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신용평가 역량과 무인대출기와 같은 다양한 채널운영 노하우를 갖게 됐습니다. 이후 낮은 조달금리와 신용평가 노하우를 무기로 규제가 적고 수익성이 큰 한국 시장에 진출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월스트릿저널에는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마이너스금리 시대에 일본 소비자금융업이 부활하고 있다는 소식이죠. 보도에 따르면 수익성이 개선되고 신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익성 개선은 마이너스금리 시행 이후 회사채 금리 하락으로 조달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결혼, 경조사, 의료비 등 직장인 급전 수요가 꾸준히 존재하는 가운데, 인터넷과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간편함을 선호하는 젊은층 신규 고객이 크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일본 소비자금융업 사례는 국내 대부업의 전개 방향 예측에 시사점이 큽니다. 첫째 장기 저성장에 직면한 우리의 경제 현실을 볼 때, 국내 대부업 역시 일본과 유사한 경로의 성장이 예상됩니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업권 자체의 큰 변화를 초래하는 최고금리 인하는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기존 금융권의 대부업 및 소비자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저금리 속에서 높은 예대마진으로 수익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이 보편화 될수록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부업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젊은층은 고금리의 해악에는 둔감한 반면, 편의성과 익명성을 중시해 비대면채널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질적 성장을 위한 합리적인 대부업 정책 수립 필요=국내 대부업의 낮은 위상과 일본 소비자금융업의 사례를 볼 때, 이제는 정책 당국과 대부업체 모두 질적 성장을 통한 위상 제고에 집중해야 합니다. 현재 27.9%인 최고금리의 추가 인하는 이자비용 절감의 수혜자와 금융소외자의 규모를 중심으로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대신 카드, 저축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의 소비자금융 진출 유인이 충분하므로 이들과 건전한 경쟁을 통해 대부업의 금리 하락을 유도하는 시장친화적 정책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조달금리 하락이 대출금리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감독 강화를 전제로 공모사채 발행 허용 등 조달 규제 완화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신용도에 따른 합리적 금리 책정을 위해 대부업 이용자에 대한 신용정보 DB를 좀 더 체계화해야 합니다. 신용정보 DB 가입이 의무화된 일본에서는 소비자금융의 금리가 신용도에 따라 2%~20%까지 골고루 분포하고 있습니다.
물론 위상 제고를 위한 대부업체의 자구 노력도 중요합니다. 사회적 책임 활동(CSR)을 확대하고 중금리 대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새롭게 감독의 책임을 맡은 금융당국의 역할은 막중합니다. 우선 감독체계 개편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감독 인력을 대폭 보강하고, IT기반의 대부업감독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해 등록·감독 업무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소비자금융의 건전한 발전, 서민금융의 역할 제고,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대부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도움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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