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 · 뚝심있는 정부지원 통했다
중 기초과학기술 급성장 이유
2049년 과학기술 최강국 목표
GDP 2.5% 수준 R&D투자 확대
중 기초과학기술 급성장 이유
2049년 과학기술 최강국 목표
GDP 2.5% 수준 R&D투자 확대
중국의 기초과학이 과학기술 최강국인 미국과 어깨를 견줄 만큼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3대 과학저널인 네이처는 최근호 특집에 '네이처 인덱스 수치(WFC)'가 최근 4년간 가장 큰 폭으로 성장한 100개 대학과 연구기관들을 '라이징 스타'로 소개했다.
조사에서 중국 대학과 기관은 무려 40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성장 순위로는 1위부터 9위를 싹쓸이했다. 반면, 미국은 성장 순위 50위권 내에 스탠퍼드대학이 유일하게 12위를 차지했다. 기관별 WFC 순위 선두인 중국과학기술원은 1357.82점을 받아 772.33점으로 2위를 차지한 미국 하버드대학을 크게 앞섰다. 중국과학기술원은 지난해보다 점수가 3.9% 오른 반면, 하버드대는 10% 줄어 차이가 더 벌어졌다. 나라별 순위에선 선두인 미국이 17203.82점으로 6478.34점을 받아 2위를 차지한 중국을 크게 앞섰다. 하지만 이 역시 미국은 지난해보다 4.5% 줄었고, 중국은 4.8% 늘었다.
중국은 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과학기술 성장을 이뤘지만, 그동안 개발연구에 치중해 기초과학은 약하다고 알려져 왔다. 중국의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전체 R&D 투자의 5% 수준이다. 또 미국보다 많은 약 150만명의 과학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인구 1000명 당 과학자 수는 2명이 채 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8명, 일본 10명, 우리나라 13명 등과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통념이 깨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게 학계의 시각이다. 네이처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 과학 논문의 20%가 중국 과학자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중국과학원의 지난해 논문 발표횟수는 3만7000건에 육박하며, 이 중 19%가 세계 상위 10% 인용 논문이다. 또 2014년 말까지 전문대 이상 자연과학 관련 학과를 졸업한 인력자원은 약 7600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기초과학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강조한 정부가 과감한 투자를 펼치고 있어 앞으로 전 세계 과학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2000년 중국의 과학기술 연구개발(R&D) 투자는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유럽연합(EU) 28개국을 합친 것보다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5월 과학기술자 등 4000명이 모인 자리에서 '과학 굴기'를 천명하며 "과학기술 발전을 국가 핵심 과업의 중요한 위치에 올려놓겠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은 이를 위해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2%를 차지하는 R&D 투자를 2.5% 수준까지 높이고, 2049년 과학기술 최강국에 오르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과학자들 스스로 과학 정책을 세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전폭 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중국 과학기술은 압도적인 규모로 승부를 걸고 있다. 중국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차세대 운반로켓 '창정 7호'와 시험용 우주정거장 '톈궁 2호' 등을 완성하는 등 우주 강국 반열에 올랐다. 2022년 독자 우주정거장 완성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1300억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톈옌'을 완공했다. 이 망원경은 반사경 지름만 500m, 전체 망원경 둘레는 1.6㎞에 달한다. 또 중국과학아카데미 고에너지물리학연구소는 힉스 입자 연구를 위해 2020년 운행을 목표로 세계 최대의 슈퍼입자가속기 건설에 들어갔다. 이 시설은 2012년 힉스 입자를 처음 발견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가속기보다 최소 2배 이상 크게 짓는다.
무엇보다 중국은 오랜 기간 흔들리지 않고 정책적으로 투자해온 역량이 과학기술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1986년 중국 최고 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은 과학기술과 교육으로 국가를 발전시키겠다는 '과교흥국'의 기틀을 마련하고, 첨단 기술 개발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863 계획'을 시작했다. 이후 중국은 덩샤오핑이 주창한 세계수준의 대학 100여개를 육성한다는 '211공정'과 장쩌민 주석이 주도한 세계 일류 수준의 대학육성 계획인 '985공정', 해외 우수인력 유치프로젝트인 '천인계획' 등의 강력한 추진을 통해 과학기술 우수 인력 육성과 해외 인재 유치에 국가적인 역량을 장기적으로 집중해 왔다. 1997년 기초과학 육성을 위해 마련한 국가 중점 기초연구 발전계획인 '973 계획'은 지난해 863 계획과 통합 논의가 나오기까지 20년 가까이 이어져 생명, 뇌, 우주, 입자 물리, 해양, 환경 과학 등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초과학 발전을 이끌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