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콩글리시] "빨리 빨리"… 퀵서비스 공화국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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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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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빨리 빨리"… 퀵서비스 공화국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조선일보가 '드러눕고 보는 대한민국'이란 기획물을 연재한 일이 있다. <나이롱환자 몰리는 한의원> 편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꾀병을 부리는 교통사고 환자, 즉 나이롱환자 행세하기엔 한의원이 훨씬 편하다… 50대 남성은 '퀵서비스'를 하다가 차와 부딪혀 입원했다고 말하면서 이번 기회에 푹 쉬고 나가겠다고.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과 같은 배달앱 서비스 업체는 엄밀히 말하면 음식주문 대행업체다. 음식 뿐 아니라 의류, 도서, 서류 등 이른바 오토바이 퀵서비스처럼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1위 업체로는 바로고(barogo)가 있고, '부탁해'앱을 운영 중인 매쉬 코리아, '띵동' 앱으로 유명한 허니비즈 등이 그뒤를 잇고 있다. -뉴시스 2016. 5. 10

급히 무얼 보낼 때 가장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퀵서비스다. 신개념 물류앱의 선두주자는 2013년 홍콩에서 스마트 배송서비스 O2O 스타트업으로 첫발을 내디딘 고고밴(gogovan)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서비스 론칭한 것을 포함하여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6개국에서 활발하게 운영중이다.-헤럴드경제 2016. 4. 6

이륜차나 경상용차를 이용한 소화물 운송업을 소위 퀵서비스라고 한다. 90년대 초반까지 심부름센터, 도매시장의 용달이 이런 일을 담당했는데, 90년대 후반 online에서 offline으로 업무가 바뀌면서 퀵서비스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게 됐다. 전국적으로 3000여 개가 난립해 있을 정도다. 퀵서비스의 업무 범위는 라면박스 크기에 10Kg 미만의 화물이지만 서류, 샘플, 생활용품, 살아있는 동물까지 취급한다. 그밖에 줄서기, 표 예매, 잔심부름 그리고 긴급을 요하는 경우(예컨대 대입시험 때) 사람까지 수송한다.

왜 소화물 배송업을 퀵서비스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1993년 국내 최초의 오토바이 배송업으로 '주식회사 퀵서비스'가 등장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회사의 이름이 보통명사로 굳어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에는 오토바이퀵, 다마스퀵, 라보퀵, 타우너퀵 등이 서로 경쟁하다가 마침내 퀵서비스로 통일됐다. 다만 영어로서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 빠진 말이다. 퀵(quick)이 빠르다는 뜻이고, 서비스(service)가 용역, 업무, 봉사임은 맞지만 '무엇을'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것인지 애매하다. 배달, 배송, 택배 이런 말이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퀵서비스를 영어로 말할 때는 quick delivery 또는 quick delivery service라고 해야 한다.

delivery는 배달, 분만, 발언의 뜻이다. delivery boy, delivery man은 배달원이고 She was delivered of a boy yesterday(그 여자는 어제 남자아이를 낳았다)의 경우 deliver는 give birth to와 같은 의미다.

easy delivery는 순산(順産), difficult delivery는 난산(難産)이 되겠다. I delivered a keynote speech at the opening ceremony(나는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을 하였다)의 예는 동사 deliver가 연설이나 설교, 평결 따위를 행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토바이 퀵서비스 배달원은 bike delivery people, 또는 a motorcycle dispatch rider로 쓰면 될 것 같다.

서양의 퀵서비스는 언제 시작됐을까.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근교 Sandy Springs에 UPS(United Parcel Service)가 설립된 것은 1907년이었다. 초창기 회사 이름은 미국심부름회사(American Messenger Company)였는데, 1913년 처음으로 포드 자동차를 배달용으로 쓰기 시작했다. 현재 220개국 600만명이 넘는 고객을 상대로 하루 1500만건의 소화물을 처리하고 있다. 1988년 세계 최초로 전용화물기를 도입했고 2007년에는 Boeing 747, MD-11F 등 최신 기종을 갖췄다. 고용인력은 44만4000명에 이른다. 경쟁사로는 미 우체국 USPS, FedEx, 독일계 DHL 등이 있다. DHL 역시 220여개 국가와 영토에 존재하는 세계 최대의 물류기업으로 종사원은 34만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는 지하철 퀵서비스도 존재한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고객이 의뢰한 물품을 안전하게 배송하는 업무, 또는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말한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가벼운 물품의 경우 지하철 배달이 적합하다. 지하철 퀵의 종사자들은 대개 65세 이상 노인이거나 장애인이 많은데 오토바이에 비해서 여유롭고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좋다고 한다. 빨리빨리 문화의 산물인 퀵서비스 덕에 자장면과 햄버거를 안방은 물론 해변으로까지 시켜먹는 나라. 아, <대한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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