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환급 접수 앞두고
재원규모 등 세부내용 미확정
"급조한 정책으로 혼란 불러"
온라인유통 소비자 비판 자초
재원규모 등 세부내용 미확정
"급조한 정책으로 혼란 불러"
온라인유통 소비자 비판 자초
정부가 1등급 가전제품을 구매하면 제품 가격의 10%를 환급해주는 '고효율 가전 인센티브 사업'을 시작했지만 시작부터 소비자와 유통업체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사업을 시행한 지 1개월이 되도록 관련 재원 규모 등 세부 내용을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파급 효과 등을 판단하지 못하고 급하게 관련 정책을 내놓다 보니 스스로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7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고효율 가전제품 인센티브 지원 사업의 환급 접수를 29일 시작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8일 7~9월까지 3개월간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인 에어컨, 일반·김치냉장고, TV, 공기청정기를 구매하면 가격의 10%를 환급해주기로 한 바 있다. 이 정책은 내수 진작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동시에 1등급 가전의 보급을 확산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자는 취지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전력 등이 참여해 기획했다.
이 사업이 시작부터 비판에 휩싸인 것은 한 달이 다 되도록 재원 확보 등 세부 내용 확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업부 등에 따르면 이 사업에 투입할 예산은 29일 환급 접수를 앞둔 이날 현재 확정하지 못했다. 애초 한전의 '에너지효율투자사업' 예산을 통해 약 1000억원을 조성할 예정이었지만, 이 재원은 용도가 정해져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추가 예산을 마련해야 하지만, 한전은 재원 확보가 쉽지 않고 이사회 등 절차도 남아 당장 결정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렇다 보니 환급금 총 규모도 정하지 못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소비자가 사업 기간 1등급 가전제품을 사고도 환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재원은 환급을 시행하는 한국에너지공단과 한전 등 관련 기관들이 현재 검토 중이지만, 확정한 것은 없다"며 "한전 등과 관련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급 규모뿐만 아니라 대상도 논란이 됐다. 산업부는 첫 발표시 인센티브 지원 대상 매장을 하이마트, 전자랜드, 삼성디지털프라자, LG 베스트샵 매장으로만 국한했다. 이에 인터넷쇼핑몰 등의 반발을 샀고, 소비자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발이 거세지자 산업부는 이달 초부터 환급 대상을 전 매장으로 확대하기로 방침을 수정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처음엔)대상 매장을 전체로 확대할 경우 재원이 과도하게 들 수 있어 제한했던 것"이라며 "대상 매장을 확장하는 등의 보완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정책 시행으로 1등급 가전제품의 판매는 크게 늘었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이 지원책을 시행한 이달 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5개 품목의 제품 판매량이 전달보다 33.7%나 증가했다. 에어컨은 같은 기간 49%, 김치냉장고는 30%나 늘었다.
인터넷쇼핑몰에서 고효율 가전제품을 구매한 한 소비자는 "정부가 처음부터 재원규모 등을 정확히 밝혔다면 혼란이 없었을 것"이라며 "정부와 가전업체들이 보여주기 식으로 받지도 못할 수 있는 혜택을 과도하게 포장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책의 최대 수혜는 가전업계"라며 "콜센터에 문의가 많이 몰리는 등 환급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높으니 추가 재원 확보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기자 silverkim@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