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문석 전자정부추진위원장ㆍ고려대 명예교수
![[이슈와 전망] `디지털 행정` 혁신 시급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25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디지털 행정` 혁신 시급하다")
우리나라에서 정부의 '전자정부' 예산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이론상으로 전자정부 관련예산은 행자부의 다부처 관련 전자정부지원 사업, 정부3.0 추진을 위한 전자정부지원 사업, 각 부처가 독자적으로 유지 관리하고 새롭게 추진하는 전자정부 사업, 지방자치단체의 전자정부사업 등을 모두 합산하면 쉽게 그 규모를 파악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전자정부'라는 용어 사용이 부처 전자정부 담당자 사이에 금기시 되면서 정확한 예산규모 파악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유엔전자정부 평가에서 1등을 했으면 되었지, 무엇 때문에 귀중한 정부예산을 전자정부에 더 쏟아 넣어야 하느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기관에서는 전자정부 예산을 살리기 위해서 전자정부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전자정부예산을 신청하기도 했다는 말도 들렸다.
각 부처가 새롭게 구축했던 빅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맞춤형 정부서비스에서도 전자정부라는 용어가 많은 경우에 보이지 않았었고, 자치단체의 '스마트 시티' 사업 등 혁신적인 전자정부 사업이 전자정부 범주에서 제외되었었다.
결과적으로 현 제도로는 전자정부의 실상을 범정부적으로 파악할 수도, 급변하는 새로운 디지털 행정시대에 맞는 전자정부 통합관리도 어렵게 된 것이다.
얼마 전 알파고와 인간의 바둑 대결이 줬던 충격은 행정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행정도 전통적인 '물리적 행정'과 컴퓨터가 자동으로 행정을 수행하는 알파고 타입의 '디지털 행정'으로 구분해서 관리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리고 미래 행정의 중심은 디지털 행정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1960년대에서 1990년대 까지의 경제개발기에, 우리나라는 행정의 총괄 사령탑으로 총무처를 설치하고 '물리적 행정'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행정개혁을 성공적으로 주도했었다. 이제, 디지털행정의 총괄 사령탑을 정부에 새롭게 설치해 미래 행정을 선도할 때가 된 것이다. 가칭 '디지털 행정처'와 같은 단독 기구를 당장에 설치하기가 어려우면, 과도적으로 지금의 행자부 전자정부국을 차관보급의 '디지털 행정실'로 확대 개편하고, 거기에 '디지털행정 기술국', '디지털행정 예산국', '디지털행정 개혁국', '개인정보정책관'과 '디지털행정 평가 담당관'을 두어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도록 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자정부는 외국에서의 좋은 평가와는 달리, 정부 내에서는 '서자' 취급을 받아 왔었다. 유엔평가에서 3회 연속 6년간 1등을 한 한국의 전자정부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다행히, 현 정부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3.0 정책의 일환으로 각 부처가 협업을 통해 그동안 구축했던, 맞춤형 서비스와 지능형 서비스가 새로운 전자정부의 이름으로 다양하게 구현되고 있고, 그동안 금기시됐던 전자정부라는 단어가 들어간 '전자정부추진위원회'도 새롭게 발족됐다.
정부는 전자정부 홍보 동영상도 제작해 배포하고 있고, 최근엔, 미래 전자정부의 비전을 담은 '전자정부 2020'도 발표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전자정부 생태계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이처럼 소중한 '전자정부 혁신생태계'를 정권을 넘어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디지털행정을 범정부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새로운 전자정부 혁신 거버넌스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이 길이 지금 몰려오고 있는 '제4의 물결'을 성공적으로 헤쳐나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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