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
![[시론] 100세 시대, `3층 연금`으로 대비하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2102102351607002[1].jpg "[시론] 100세 시대, `3층 연금`으로 대비하자")
고령화·핵가족화시대를 반영해 혼자 사는 노인들의 수가 급속하게 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세대 중에서 부부가 사별 또는 이혼을 하고 자녀들과도 같이 살지 않는, 이른바, 독거노인의 수가 2000년의 54만명에서 2015년에는 138만명으로 3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다섯 분 중 한 분이 혼자 살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 가면, 2035년에는 343만명으로 늘어나 네 분 중 한 분이 혼자 살게 될 거라고 한다(통계청 추정). 앞으로는 누구라도 혼자 사는 노후를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미리미리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핵가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다, 수명은 늘어나는데 남자와 여자의 수명격차는 그대로 유지되고, 이혼율 또한 증가하게 된다면 인생의 어느 한 기간 동안 혼자 사는 삶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노후에 대한 준비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노후 생활비이다. 바람직한 것은, 선진국의 노인들처럼, 월 최소생활비 정도를 3층연금, 즉,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확보해두는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현재로서는 공무원과 교직원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연금만으 노후 최소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분들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선, 2016년 2월말 현재 2153만명이 가입해있는 국민연금의 경우, 노령연금 예상수령액 평균은 부부합산 월88만원 밖에 안된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생각하는 월 적정 생활비 225만원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보충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상용근로자의 절반 정도가 가입해있는 퇴직연금의 경우 평균 적립금은 216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개인연금 또한 가입률이 전체인구대비 20%에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1인당 평균 적립금은 2000만원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만으로 모자라는 생활비를 보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 뿐이 아니다. 혼자 사는 노인의 80% 이상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연금은 남성중심으로 가입되어 있다. 이 때문에 여성이 혼자될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유족연금은 남편이 받던 연금의 40~60% 수준밖에 안된다.
모자라는 금액은 그 동안 모아둔 재산을 헐어서 생활해야 하는데 그 재산이라는 게 대부분이 부동산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가계금융조사'에 의하면, 베이비부머세대(1955~1963년생)의 가구당 평균총자산은 4억2000만원, 여기에서 평균부채액 8000만원을 뺀 가구당 순자산은 3억4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3억4000만원이면 제법 많은 재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2억8000만원 정도가 거주용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이다. 생활비로 쓸 수 있는 순금융자산은 6000만원 남짓 밖에 안된다. 결국 부동산을 팔아서 살아야 하는데, 부동산은 금융자산처럼 나누어 팔 수도 없다. 팔 수 있다 하더라도 10년, 20년 후에 이들 부동산의 가격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 그 뿐 아니다. 부부 사별후 홀로 남는 배우자에게 이 재산이 그대로 상속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남은 것은 거주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월의 생활비를 주택연금으로 받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시가가 3억원인 주택을 담보로 65세(연령이 낮은 배우자의 나이)부터 주택연금을 받는다면 부부 모두가 세상 떠날 때까지 매월 80만원씩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매월 받는 국민연금을 더하면 최소한의 생활비 정도는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주택연금은 주택을 소유한 배우자와 사별해도 연금액이 줄지 않고 그대로 지급된다.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연금수령액은 줄지 않고, 집값이 오를 경우에는 남는 금액이 자녀에게 상속된다는 이점도 있다.
노후의 의료비 또한 중요하다. 우리가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조용히 떠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정도를 앓으면서 돈문제, 외로움 등으로 고생하다 떠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의료실비보험 하나쯤은 반드시 들어두는 것이 좋다. 의료실비보험은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의료실비중 90%를 보험금으로 지급해 준다. 사고나 질병에 걸렸을 때 병원비 마련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외로움에 견디는 능력, 즉, 고독력을 키우는 일 또한 중요하다. 경제적으로 불편한 점이 없다 해도 '고독'에서 만은 벗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고독력을 키운다는 생각 때문에 고립된 생활을 자초해서는 안된다. 혼자 살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자신에게 맞는 취미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공동체에 편입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고립을 피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주거형태이다. 자녀와 같이 살기를 희망하지 않는다면 결국 이웃만한 복지시설이 없다. 우리보다 고령사회를 일찍 경험한 일본의 경우, 노부부만 살거나 부부가 사별하고 혼자된 경우에는, 18~20평의 소형평수이면서 쇼핑, 의료, 취미, 오락, 친교까지를 모두 가까운 거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주거형태를 선호한다고 한다. 아직도 대형·고층아파트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노년세대들이 참고로 해야 할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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