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
![[포럼] e스포츠, `한국식 산업모델` 만들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2102102251102001[1].jpg "[포럼] e스포츠, `한국식 산업모델` 만들자")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한국은 최고 실력의 선수를 바탕으로 오랜 대회 개최 경험 및 전문 방송 노하우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e스포츠를 하나의 문화로서 정착시킨 나라다.
자연스레 한국의 선수와 대회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다. SK텔레콤 T1의 이상혁 선수는 대표적인 e스포츠 스타다. 닉네임 '페이커'(Faker)로 더 잘 알려진 그는 김연아, 박지성 등 스포츠 선수와 비교에 뒤지지 않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e스포츠팬들은 시차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회를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실력을 인정받은 한국 선수 및 e스포츠 전문가들은 전 세계 팀에 스카우트되어 실력을 널리 알리고 있다. 한국 e스포츠는 전 세계에 최고로서 위상을 떨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 업계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e스포츠를 차기 먹거리로 눈여겨 보고, 전방위적인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뉴스 및 플랫폼인 ESPN과 YAHOO가 e스포츠 전문 섹션을 개설하고, 2014년 아마존이 e스포츠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TWICH)를 1조 원이 넘는 금액에 인수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유명 스포츠 스타들과 기존 프로 스포츠 구단들이 새롭게 e스포츠 선수들을 영입, 팀을 창단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국 데이터 분석 기관인 슈퍼데이터는 2018년도 e스포츠 시장 규모를 19억 달러로 예측하기도 했다. 올해까지 아시아시장이 가장 큰 시장이었지만, 3년 뒤에는 북미시장과 유럽시장에서 e스포츠 업계의 52%를 차지하며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e스포츠의 산업적 가능성을 엿본 다양한 업계의 여러 사람들이 e스포츠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이 최고 자리에 있음을 부정할 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세계의 흐름 속에 한국이 직면한 현실은 호되기만 하다. 게임이 문화 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함에도, 여전히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과도한 규제들은 콘텐츠 발전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e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아이들만을 위한 놀이, 중독 등 부정적인 인식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한국에서 대회를 개최하고 후원사를 구하는 것은 매번 도전이며, 소리 없는 전쟁과도 같다.
한국의 e스포츠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과 다를 바 없이 국내 환경에 안주하고 외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e스포츠 선도국으로서 지위를 상실하고 그동안 키워왔던 기반들을 다른 나라에 내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축구의 브라질처럼 선수를 수출하는 하나의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기회는 있다.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산업적 경쟁력 강화에 뜻을 모은다면 e스포츠는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로서 오랫동안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정치권을 비롯해 게임 종목사, 방송사, 언론이 함께 한국 e스포츠가 자생할 수 있는 산업적 모델과 인식 개선을 함께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국제e스포츠연맹과 같은 국제 조직과 적극적으로 연계해 한국의 노하우를 전파함으로써 국제적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 방안 또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어느 길로 갈 지는 아직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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