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성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디지털산책] `대중의 지혜` 활용이 비즈니스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19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대중의 지혜` 활용이 비즈니스다")
드라마 「추적자」(「곡성」 나홍진 감독의 영화 「추격자」가 아니다)에서 국내 최대 재벌 한오그룹의 수장인 서동환(박근형 역)은 야망에 불타는 사위 강동윤(김상중 역)에게 이렇게 말한다. "니는 소 한 마리의 무게를 아나? 사람들에게 소 한 마리 무게가 얼만지 물어 보면 대답이 지 각각인기라. 누구는 무겁다하고, 누구는 좀 덜 무겁다 하고…. 그런데 신기하제. 이렇게 제 각각인데, 이들이 말하는 것을 딱 중간쯤 잡으면 그게 바로 소 무게인기라…."
드라마의 주인공이 말하고자 한 것은 단 하나의 숫자로 표현할 수 있거나 또는 단 하나의 결론으로 확정할 수 있는 것, 즉 미지의 모수(母數)를 찾는 작업이다. 어떠한 느낌이나 짐작은 있으나, 명확히 드러내기 힘든 것, 몹시 혼돈스럽고 불확실한 것, 여기에 확정적인 결론을 지을 수 있는 근거나 단서를 찾는 것이다. 통계학에서는 t-값, p-값과 같은 추정치의 검정 통계량이 이런 역할을 한다. 선거에서는 바로 투표 결과가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이것이 글자 그대로 모수인 이유는 전체의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기 때문이다. 때때로 선거 결과 '절묘한 국민의 선택', '현명한 국민의 판단'과 같이 일부 상투적이긴 하나 투표 결과에 대해 찬사와 경외감을 감추지 않는 것도 이제껏 알 수 없었던 속마음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이 알 수 없는 어떤 것을 찾는 작업은 비단 정치적 의사결정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활용이 늘고 있고,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것은 현대 데이터 과학에서의 응용이다.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알파고로 되돌아가 보자.
이들 대결의 본질은 실상 '인간 대 컴퓨터'가 아니다. 보다 정확한 본질은 '천재적 전문가와 전문가 대중'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하다. 직관이나 감, 통찰에 의존했던 천재의 한 수와 무수히 많은 대국과 기보를 쉬지 않고 학습하며 읽어 낸 데이터 분석 기술의 한판이었다. 알파고는 프로기사 이세돌과 대국하기 전 약 20만 건의 프로기사 대국을 학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만으로는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보기 힘들다. 그러나, 기존 20만 건으로부터 최적의 수를 찾고, 그것을 새로운 가상 대국에 적용하여 검증하고, 검증 결과에 따라 다시 최적의 수를 수정하고, 이를 다시 검증하고…. 이 같은 무수한 반복 학습과 이를 통한 통계적 추론은 천재의 직관을 능가했다. 데이터에 기반한 대중의 지혜가 전문가 중의 전문가인 천재의 통찰을 앞질렀다.
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에서도 침팬지가 다트를 돌려 종목을 고르는 분산투자가 주식 운용에 숙련된 펀드매니저의 능동적 운용보다 더 수익률이 낫다고 설명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같은 대중적 지혜의 활용을 좀더 전향적이며 보편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대표적인 것이 정책자금의 운용이다. 정책자금은 속성상 경제를 위해 유익하고 성장을 기대할 수 있으나 담보나 영업 실적이 미미해 민간이 자금 공급을 꺼리는 곳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속성상 미지의 것, 불확실한 것으로부터 가치를 창출해야 하지만 위험 때문에 주춤거리는 것은 민간금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 위험을 감수하기도 하나, 대부분 소수 전문가 판단에 의존하거나, 좀더 나은 방식으로 전문적 평가 모형에 의존한다.
이를 앞서 대중의 지혜의 활용과 같이 각양각색 각 분야 전문가의 검증, 1차·2차·3차의 반복 검증을 거치도록 하면 어떨까. 알파고의 학습원리와 같이 다수의 전문가의 지혜가 대출신청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다시 업데이트하여 또 평가하고, 이 같은 평가를 무작위로 뽑은 다수 전문가들이 시행하도록 하고…. 이른바 대출 평가에 딥 러닝(deep learning)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쯤되면 이는 소수 대출 담당자의 결단과 주관을 능가할 수 있지 않을까. 최소한 '규정이 없어서…' 또는 '권한이 없어서…'와 같은 책임의식형 소극성은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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