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애 생활과학부 부장
![[안경애 칼럼] 과학기술엔 `정당`이 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1802102251650001[1].jpg "[안경애 칼럼] 과학기술엔 `정당`이 없다")
최근 과학기술계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이들이 움츠러들어 있다. 범정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만들기 위해 과학기술전략본부를 구성한 지 1년도 안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기구인 과학기술전략회의를 신설했는데도 과학기술계에서는 신바람 나는 분위기가 읽히지 않는다.
정권 핵심으로부터 과학기술 집단이 '배신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는 얘기와 함께 올초 치러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줄을 선 몇 사람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오르내린다. 현 정부에서 차관과 기관장을 지낸 후 야당 총선 후보에 손을 들거나 비례대표로 간 이들이다.
얼마전 청와대 미래수석이 교체된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과학기술 분야 고위 공직자와 기관장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앞으로 각종 인사나 기관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신경 쓰는 분위기다. 실제로 전 원장이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후임 원장 선임 과정에서 3배수 후보를 두번이나 뽑고도 백지화하고 제3의 인물이 정해졌다.
'창조경제'와 '기초연구 지원' 정책을 통해 과학기술 분야에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돌아온 것은 '배신'이란 해석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총선 당시를 돌아보면 새누리당은 과학기술계에 배정한 자리가 거의 없었고, 친박과 비박간 다툼으로 사회 다양한 분야 전문가층을 끌어안는 여유를 보이지 못했다. 이와 달리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일부 비례대표 의석을 과학기술계에 배정했다. 중요한 과학기술 관련 법과 정책이 만들어지는 국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과학기술계 인사들은 어쩔 수 없이 야당행을 선택한 측면이 있다.
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한 의원을 총선 직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새누리당 지역구 공천 경선에서 과학기술계 인사로 비례대표를 지낸 민병주 전 의원이 탈락하는 것을 보고, 비로소 야당 비례대표 자리를 수락했다고 말했다. 민 전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했다면 자신이 정치권에 갈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 정권에서 한 자리를 했더라도 현 정부의 사람으로 일했다고 여기는 게 아니라 과학기술계 전문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 자리 줬다'고 생각하는 정권 핵심과 과학기술계 현장 간의 생각 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과학기술 전문가들은 한 정권에 '충성'하는 게 아니라 다가오는 미래 세대를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집단이다.
어느 정부에서도 과학기술을 완전히 배제한 적이 없다. 다만 각 정권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해석하는 초점과 지원방법이 다르다 보니 과학기술 정책이 갈지자로 오가기도 하고, 어설픈 전문가가 자신의 해석대로 과학기술을 재단하면서 전체 생태계가 한쪽으로 쏠리기도 한다.
기관장 경질, 특정 기관 감사, 장관 교체설 등으로 뒤숭숭한 과기계 분위기를 다독이고, 이들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계를 제대로 육성하고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려면 제대로 된 인물을 앉히고 그 인물에게 강한 권한을 주면 된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모든 것을 다 정리해주고 조정하는 '현미경 경영'으론, 다음 정권이 되면 그 현미경이 또 다른 곳으로 향하는 갈지자 정책만 반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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