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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광장] `게으름`은 발명의 어머니

박성준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 

입력: 2016-07-14 17:00
[2016년 07월 15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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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광장] `게으름`은 발명의 어머니
박성준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


7월의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어느덧 신록은 진녹으로 변하고 싱그럽던 봄바람은 어느새 후끈한 열기와 함께 다가온다. 계절의 여왕 5월이 특허청에서는 발명의 달로 무척 바쁜 기간이다. 발명의 날 행사를 비롯해서 각종 지재권 관련 행사와 이벤트가 열렸다. 바쁜 5월과 6월도 다 지났으니 게으르게 몇 자 적어본다.언제부턴가 TV 리모컨은 누가 발명했을까 궁금해졌다. 주말 오후에 소파에 늘어져 수십 개의 채널을 오가는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이 위대한 발명 덕분이다. 불과 2~3미터 거리의 TV까지 이동이 귀찮은 귀차니스트들을 위해서 이 발명은 가히 혁신이라 할만하다. 이 혁신적인 발명은 1955년 미국 제니스사(社)의 엔지니어 유진 폴리가 플래시매틱이라는 이름으로 개발한 것이다. 이 발명은 수많은 아이들을 TV 앞 '인간 리모컨'에서 해방시켰을 뿐만 아니라 TV 광고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 생활혁명이었다. 그는 이 발명으로 1997년 미국 텔레비전예술과학 아카데미가 주는 에미상을 수상했고 게으름뱅이들(Lazybones)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했다. 아무튼 TV 리모콘은 게으른 자의 불편함이 위대한 발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샌드위치의 발명도 이러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8세기 영국 샌드위치 지방의 백작인 존 몬테규는 며칠 밤을 식사도 하지 않고 트럼프 도박을 하곤 했다. 그래서 하인들에게 빵 사이에 야채와 고기를 함께 넣어 먹기 편하게 만들라고 한 것이 바로 샌드위치다. 트럼프 게임 중에 자리에서 일어날 필요도 없고 또 한 손에 들고 먹어도 되니 카드를 더럽힐 염려도 없어서 매우 좋아하였다고 한다.

이 밖에도 계단 오르는 수고를 덜어주는 엘리베이터, 손뼉으로 전등을 킬 수 있는 클래퍼, 칫솔질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전동칫솔 등등 우리 주변의 게으름뱅이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발명이 셀 수 없을 정도이다.

발명은 연구소에서 엄청난 인력과 예산, 첨단장비를 동원해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위대한 발명은 의외로 사소한 불편함이 단지 불평에 머무르지 않고 발상의 전환으로 이어져 만들어낸 것들이 많다.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도 게으름뱅이 문화를 앞장서서 도입하고 있다. 구글이 대표적인 예다. 구글은 직원들이 근무시간의 20%를 일과 상관없는 자기계발이나 재충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글 본사는 글로벌 기업의 본사라기보다 자유로운 대학에 가깝다. 직원들은 잔디밭 곳곳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다. 알파고, 자율주행자동차, 구글 글라스와 같은 혁신적인 창조물들도 바로 이러한 자유와 여유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우리나라 회사에서 직원이 '멍 때리고'있거나 동료와 업무 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면 농땡이를 피운다고 뭐라고 했을 텐데 말이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히피문화에 심취해 마약을 복용했던 젊은 시절을 공공연하게 자랑할 정도로 히피 정체성이 강했다고 한다. 빌 게이츠를 공부벌레로 표현하면서 "마약을 한번 복용하거나 좀 더 어렸을 때 히피부락에 갔었더라면 좀 더 생각이 넓은 친구가 됐었을 텐데…"라고 말했을 정도다. 저명한 과학저술가인 스티브 존슨은 기존의 가치와 형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추구했던 히피문화가 퍼스널 컴퓨터, 아이폰과 같이 시대를 선도한 제품을 창조해낸 근간이 되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부지런하고 착실하기만 사람은 기존의 틀이 익숙하므로 불편함을 잘 느끼지 못하고, 새로운 경험도 부족해 발상의 전환이 쉽지 않다. 그러나, 게으른 자들은 다르다. 게으르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줄 알고, 게으름을 위해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한다. 또한 한결 여유가 있으므로 고정된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기 쉽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에만 집중하기 보단 산책을 하는 등 문제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을 때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던 경험이 누구나 한번은 있을 것이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면 게으름은 발명의 어머니가 아닐까.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왠지 모를 반발감이 생겨 게으름 예찬론을 한번 펼쳐 봤다. 일찍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어린이, 꼼짝하기 싫어하는 젊은이들… 스스로 귀차니스트라고 자처한다면 오늘부터 스스로 위대한 발명가의 꿈을 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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