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물리학과 박용근·조용훈 교수와 고려대 이헌 교수 공동 연구팀은 빛의 다중 산란 특성을 이용한 광학기기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빛은 안개, 페인트 등 불규칙한 매질을 투과하면 매우 복잡한 형태의 수많은 반사와 굴절이 발생하는 이른바 '다중 산란' 특성이 나타난다. 짙은 안갯속에서 앞을 보기 어렵고, 맥주 거품이 하얗게 보이는 것이 대표적인 빛의 다중 산란 현상이다. 이처럼 다중 산란이 생기면 빛이 매우 불규칙한 형태로 지나기 때문에 제어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홀로그래피 기술을 이용해 다중 산란이 발생해도 원하는 형태로 빛을 제어할 수 있는 광학기기를 개발했다. 이 광학기기는 빛의 반사나 굴절 원리를 이용한 기존 기술과 달리 빛의 산란을 이용했으며, 복잡 매질과 광 고분자 필름으로 구성됐다. 광 고분자 필름으로 들어온 빛을 홀로그래피 기술을 활용해 원하는 모양으로 제어한 후, 복잡 매질을 지나 일정한 패턴으로 다중 산란돼 원하는 모양을 광고분자 필름에 기록·재생하는 원리로 이뤄진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빛의 진폭, 파장, 편광뿐만 아니라, 기존 광학계 기술로 제어하기 어려운 근접장(작은 초점을 맞추는 데 필요한 빛의 정보)도 제어할 수 있다. 연구팀은 기존 광학 부품들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산란 제어를 복잡한 광학적 설계나 제조공정 없이 단일 광학부품으로 저렴하게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박종찬 학생은 "이 기술은 광학기기를 제작하는 원천기술로 활용돼 앞으로 리소그래피, 광통신, 바이오이미징 등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화학회가 발행하는 나노분야 학술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 6월 29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KAIST 박용근, 조영훈 교수팀과 고려대 이헌 교수팀이 공동으로 빛의 산란을 이용해 개발한 광학기기의 모습으로, 빛의 다중 산란이 생겨도 원하는 형태로 빛을 제어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