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김승룡 칼럼] 게임 `규제의 경제` vs `규모의 경제`](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1102102251614001[1].jpg "[김승룡 칼럼] 게임 `규제의 경제` vs `규모의 경제`")
'망우보뢰'(亡牛補牢). 흔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의미로 널리 알려진 고사성어다. 그러나 그 유래를 보면 원래 뜻은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쳐도 늦지 않는다'라는 의미다.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장신'이란 신하가 있었다. 그는 초나라 양왕에게 사치스럽고 혈세를 낭비하는 신하들을 멀리해야 한다고 충언했다. 하지만 양왕은 오히려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장신은 이웃 조나라로 떠났다. 5개월 뒤 양왕은 진나라가 침공해 쫓겨날 위기에 놓이자, 그제서야 장신이 옳았음을 깨닫고 그를 다시 불러들인다. 양왕은 이제 어찌 해야 하는가 장신에 묻자, 그는 "양이 달아난 뒤에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습니다(亡羊而補牢 未爲遲也.망양이보뢰 미위지야). 초나라가 비록 작지만 긴 것을 잘라 짧은 것을 기우면 수천 리나 되니, 탕왕과 무왕이 백 리 땅에서 나라를 일으킨 것과 견줄 바가 아닙니다"고 말한다.
최근 국내 게임 산업을 지켜보고 있자니 '망우보뢰' 고사가 딱 맞는다. 불과 5~10년 전만 해도 게임 강국 입지를 다졌던 국내 게임 산업은 중국, 미국 등 거대 자본을 앞세운 게임 업체들에 국내 안방마저 점차 빼앗기고 있다. 게임을 마약과 같은 중독물로 여겨 각종 규제들이 생겨나는 사이에 세계로 뻗어 나갔어야 할 게임 산업은 오히려 위축됐다.
최근 소 잃은 게임 산업에 정부가 규제 완화를 내걸며 외양간을 고치겠다고 한다.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시행 4년 여 만에 완화하겠다고 했다. 여성가족부는 부모가 게임 회사에 요청할 경우, 자녀를 게임 셧다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오는 11월 국회에 제출한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는 18세 미만 청소년에 게임 이용시간을 선택적으로 제한할 수 있게 하는 선택적 셧다운제 적용 연령을 16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문체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와 게임 산업계는 10년 넘게 유지해온 온라인게임의 월 결제한도(50만원) 규제도 이르면 이달 폐지키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또 게임물 등급 분류 심사도 내년부터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심사 업무를 이관키로 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세계 1위 모바일 게임사인 핀란드 수퍼셀을 10조원에 인수했다. 텐센트는 이미 작년 말 세계 1위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를 보유한 미국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했다. 텐센트는 지난해 게임 매출만 87억 달러(약 10조원)를 기록한 세계 1위 게임사가 됐다. 한 때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을 수입하기에 급급했던 텐센트는 이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강자가 됐다. 텐센트는 국내 카카오를 비롯해 넷마블게임즈, 네시삼십삼분 등 대표 게임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액티비전블리자드는 작년 말 영국 모바일게임사 킹닷컴을 6조6800억원에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세계 골리앗 게임사들이 갈수록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데 비해 국내 게임사들은 '규제의 경제' 속에 갈수록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뮤오리진, 백발백중 등 중국 게임이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또 온라인게임 시장은 라이엇게임즈의 LOL,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등 외산 게임이 장악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은 한류 바람을 타고 2012년 88조6700억원에서 2014년 94조9500억원, 2015년 99조5300억원 등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 산업은 2007~2012년 연평균 13.7% 성장했지만, 2013년 첫 감소세로 전환했다. 2013년은 셧다운제가 처음 시행된 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 장신의 말처럼 소를 한 번 잃었다고 외양간을 방치할 게 아니라, 고치고 소를 더 살찌우게 하면 될 일이다. 정부는 완화 방침을 밝힌 게임 규제는 물론 남아 있는 규제도 과감히 걷어내고, 게임 콘텐츠가 한류 문화국의 첨병이라는 생각 아래 적극적 육성책을 시행해야 한다. 세계 게임 산업은 100조원을 넘는다.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바뀔 때 우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앞으로 다가올 가상현실(VR) 등 미래 게임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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