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ㆍ경제학
![[이슈와 전망] 은행 규제완화 속도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11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은행 규제완화 속도내야")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금융산업이 낙후되어 있다. 규모가 큰 은행은 있지만 경쟁력 있는 은행은 없다. 그들은 높은 저축률을 자랑하지만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낮다. 한국의 금융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도 과거에는 높은 저축률을 자랑했다. 한국의 저축률이 높았던 것은 젊고 근면한 노동력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열심히 일했고 부지런히 저축했다. 이같이 저축한 자금은 주로 뉴욕, 런던 등 주요 국제금융 센터에 예치됐다. 다시 말해서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선진국의 주요 글로벌 은행에 자금을 예치하고 선진국 은행들은 그 자금으로 세계 각국의 생산적인 투자사업에 대출해왔다.
왜 이같이 금융중개 기능이 분업화됐을까. 아시아 은행들은 위험관리 능력이 취약해서 국내 저축자금으로 해외투자는커녕 국내기업에 대출할 능력도 부족하다. 국내에서 주기적으로 대규모 부실 대출이 생기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반면에 선진국 은행들은 위험관리에 능하기 때문에 아시아 은행들은 저축하고 선진국 은행들은 투자하는 금융중개의 국제 분업이 이뤄졌다. 우리는 우리 돈을 선진국 은행에 맡겨 놓고 그들에게 이자주고 돈을 빌리는 셈이다. 한국에는 생산적인 사업을 선별하고 투자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은행이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 은행들의 위험관리가 낙후되고 대출능력이 취약한 것이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의 하나의 원인이었다. 그런가하면 아시아 특히 중국의 과잉저축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아시아의 과잉저축이 세계의 금리를 낮추고 금리하락이 미국의 저(低)신용 차입자에게 무절제하게 부동산 대출을 쏟아낸 것이 선진국의 금융위기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근래에 한국의 저축률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는 저축이 줄어드는 만큼 경제가 침체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산업이 발전해야 한다. 즉 줄어든 국내 저축률을 보충하기 위해서 더 많은 외국자본을 유치해야 하며 국내 금융시장도 효율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 은행도 대출능력을 키워야 한다. 젊은 노동력이 풍부한 사회는 일반적으로 제조업 부문이 경쟁력을 갖는 반면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취약한 경향을 보인다.한국은 제조업 부문에서는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을 키워냈다. 그러나 금융산업에는 경쟁력이 있는 글로벌 은행이 없다. 이제 한국도 선진국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는 세계적인 은행이 있어야 한다. 2000년대 초부터 정부는 한국 금융시장을 보다 글로벌화하고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한국을 동북아시아의 주요 금융허브(international financial hub)로 만든다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은 지지부진했고 국제금융허브로서 한국은 홍콩, 싱가포르 등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책당국은 우리 은행들이 해외로 적극 진출해서 외국은행들과 경쟁하고 수익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서든 우리 은행들이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위해서든 정부는 광범위한 규제완화와 금융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금융환경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의 당면과제는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은행도 국내저축 뿐 아니라 외국자본을 유치해서 국내외의 생산적 투자에 대출하는 경쟁력 있는 은행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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