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병든 정치, `리베이트` 정치](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07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병든 정치, `리베이트` 정치")
"리베이트는 없었어요. 검찰에서 다 밝히겠습니다"(There was no rebate of any sort. I will clarify everything with the prosecution) - Korea Herald기사 일부다(2016. 6. 24).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이 검찰조사를 받으러 가면서 한 말이다. 김의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왕주현 국민의당 사무부총장은 정치자금법 및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소위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사건이다.
리베이트(rebate)는 우리사회의 오랜 병폐다. 지금까지 리베이트는 제약회사와 의사, 병원 간의 검은 거래에 자주 등장했다. "당신이 아플 때 웃는 사람들이 있다"는 부제가 붙은 <대한민국 의료커넥션>을 쓴 서한기 기자는 영리추구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없는' 수요도 만들어내는 것이 의료계 실상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공급자가 경제적 동기에 사로잡혀 '공급자 유인 수요(provider induced demand)'를 크게 늘리고 있다. 예로 고혈압환자의 양산을 들 수 있다. 1900년대 초반까지 독일에서는 혈압이 160을 넘어야 고혈압으로 진단하고 치료했다. 이 때 독일의 고혈압 환자는 700만명이었는데 이후 1974년 제약회사들의 후원을 받는 고혈압 퇴치연맹이 나서서 고혈압 진단 기준을 140으로 대폭 낮추도록 권고했다. 이 결과 환자는 3배로 크게 늘었다.
2003년에는 한발 더 나가 미국의 한 의학단체가 느닷없이 '고혈압 전 단계'라는 것을 도입했다. 혈압이 130이 넘으면 고혈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2배나 높다고 겁을 주어 고혈압 관리 대상에 넣었다. 의료계는 고혈압을 '침묵의 살인자'로 낙인을 찍어 위협적 소구(menace appeal)의 수단으로 쓰기 시작했다.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지만 내버려두면 중풍 심장마비 만성심부전증 심장질환 심근경색 동맥경화증 등 심각한 합병증에 걸려 죽게 될 수 있다고 공포심을 부추긴다. 멀쩡한 사람도 졸지에 고혈압 환자로 둔갑한다. 때로 재고의약품을 처리하기 위해서 WHO 등이 '가짜 적신호'를 울리기도 한다. 음모로 판명된 근래의 타미풀루 비축 권고가 좋은 사례다. 이런 커넥션의 뒤에는 언제나 거대 제약회사(big pharma)가 숨어 있다.
리베이트는 원래 나쁜 말이 아니다. 마케팅 용어로 지급한 상품이나 용역의 대금 일부를 그 지불자에게 환불해 주거나 대금의 일부를 줄여주는 상거래의 오랜 관행이다. 판매촉진이나 거래 장려가 리베이트의 목적이다. 한마디로 rebate는 지불한 금액의 일부 환급(a return of part of a payment)인데 구매자 입장에서 나쁠 것이 전혀 없다. '착한' 리베이트가 우리나라에 와서, 대금을 부풀려서 허위계약을 하고 지불한 돈의 일부를 되돌려 받는 횡령이나 삥땅의 뜻으로 변질됐다.
The rebate suspicion has rattled the third largest party headed by entrepreneur-turned politician Rep.AhnCheol-soo, who has rose to political prominence with his new and clean politics mantra(리베이트 의혹은 새롭고 깨끗한 정치를 기치로 내세워 정계에 화려하게 등장한 기업가 출신 정치인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제3당을 뒤흔들고 있다). 결국 안은 당대표에서 물러났다. 여기서 rebate는 kickback과 같은 의미로 쓰였다. 킥백은 삥땅이나 가로채기, 뇌물의 의미를 갖고 있다. 부정한 돈이라는 뜻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보좌관의 급료를 가로채는 짓이나 일부 교수들이 대학원생들에게 지급한 연구비를 되돌려받는 행위도 kickback에 해당한다. 음성 거래로 떼먹는 돈은 rebate가 아니라 kickback이다.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가리키는 영어 표현으로는 rake-off가 있다. 빼먹는다, 갉아 먹는다(rake)에서 나왔다.
아무리 엄포를 놓아도 의약계의 음성 거래는 끊이질 않는다. 제약회사와 병원 그리고 의사를 대상으로 한 리베이트 관행은 현금은 물론이고 상품권, 골프채, 해외여행 지원, 연구비 뿌리기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일부 영업사원은 의사 집으로 빵 배달하기, 자녀 pickup, 휴대전화 교체, 병원 컴퓨터 수리 등 온갖 허드렛일까지 도맡고 있다. "의사는 환자에게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을 이유로 금전적 이익이나 다른 이득을 취해서는 안되며 이익에 의해 의사의 판단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세계의사회 윤리선언은 어디로 갔는가? 의사가 개인의 병을 고치는 직업이라면 정치는 나라의 병을 고치는 일이다. '리베이트 의사'가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면, '리베이트 정치'는 나라를 멍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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