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으로 보는 과학기술 50년
(13) 소백산 천체관측소 완공
1978년 9월 29일, 국내 최초로 현대식 천체망원경을 설치한 소백산 천체관측소의 준공식이 열렸다. 1973년 38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공사를 시작한 지 5년 만이었다. 이곳에 구경 61㎝의 반사망원경이 설치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현대적인 천문 관측과 연구가 가능해졌다.
국내에는 1957년까지 천체망원경은 물론 천문학과조차 없었다. 같은 해 러시아가 10월 4일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자 1958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이학부에서 천문기상학과를 만들고 15명의 신입생을 처음 모집했다. 서서히 대학에 관련 학과가 생기고 교수진이 갖춰지자 1965년 한국천문학회가 창립됐다.
천문학회는 정부에 국립천문대 설치에 관한 건의서를 제출했고, 1967년 출범한 과학기술처가 국립천문대 설립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국립천문대 설립위원회는 경기도 남한산성의 망덕산과 여주군 금사면의 양자산 등을 관측소 후보지로 정하고 예비 관측을 실시했지만, 도시개발 등으로 인해 두 곳 모두 설립이 어려워졌다. 1971년에는 소백산 비로봉이 후보지로 떠올랐지만, 후보지 자문을 맡은 동경천문대 오카야마 천체물리관측소의 이시다 부소장이 답사 후 "비로봉은 아름다움이 너무 빼어나서 천문대를 건설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며 제2 연화봉을 추천해 결국 이곳에 관측소가 세워졌다.
후보지 선정 후 1972년 천체망원경 구입 예산 10만달러를 확보한 설립위원회는 미국의 볼러앤시븐스로부터 61㎝ 반사망원경을 구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구경이 가장 큰 천체망원경은 1948년 미국 팔로마산 천문대에 설치된 5m 구경의 헤일 망원경이었다. '61㎝와 5m'라는 숫자에서 드러나듯이 국제 수준과는 차이가 컸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관측천문학을 이끌어가는 학자들의 상당수가 소백산 천체관측소를 거쳤을 만큼 이곳은 우리나라 천문학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1974년에는 국립천문대가 정식 발족했다. 1894년 고종 31년 국가 천문기구인 '관상감'이 폐지된 지 80년 만이었다. 국립천문대는 1986년 한국전자통신연구소 부설 천문우주과학연구소로 직제가 개편됐고, 이때 소백산 천체관측소도 '소백산 천문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천문우주과학연구소는 1999년 독립법인 '한국천문연구원'으로 재출범해 '거대마젤란망원경(GMT)' 국제 공동개발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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