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원장
![[시론] 앨빈 토플러가 한국에 던진 충고](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0602102351607002[1].jpg "[시론] 앨빈 토플러가 한국에 던진 충고")
지난주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타계했다. 그는 제조업 중심 사회가 지식과 데이터 중심으로 바뀌는 사회의 변화 방향을 예측한 미래학자다. <미래의 충격>, <제3의 물결>, <권력이동>, <부의 미래> 등의 저서를 통해 인류사회의 발전 방향을 정확히 예측한 미래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그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바탕으로 상상하는 것"이라며 미래를 예측한다는 용어에는 거부감을 가졌다고 한다. 영문학을 전공한 그가 대학 졸업 후 5년간이나 알미늄 제조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한 것도 특이하다. 젊었을 때 현장에서 몸으로 배우며 미래학자의 기초를 다진 것 같다.
특히 1980년대에 펴낸 <제3의 물결>에서 인류사회는 컴퓨터와 통신에 의한 '정보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고, 그의 주장대로 우리 사회는 변했다. <제3의 물결>은 우리나라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제일 많이 단골로 언급되던 용어다. 우리나라가 정보통신 1등 국가로 발전하는 방향을 설정하는데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기억된다. 요즘 '제4차산업혁명'이 화두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같은 새로운 기술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우리 사회를 휘감을 것이란 예감이다. '4차 산업혁명'도 <제3의 물결>과 연속적인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앨빈 토플러는 사회 변화와 관련하여 전 세계 지도자와 기업인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전 총리인 자오쯔양, 소련의 전 대통령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등은 그를 멘토로 삼았다. 또 우리나라의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에 청와대에서 토플러와 의견을 나눴다. 박근혜 대통령도 2006년 면담한 적이 있다.
앨빈 토플러는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한다. 산업 기반도 없는 최빈국에서 최신의 정보통신기술을 발전시켜 정보통신 일등국으로 커가는 우리나라가 그의 관심을 끌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를 받아 15년 전인 2001년 6월 말 '위기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의 비전'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7장 100여 쪽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문에는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으면 선택을 강요당할 것이다. 세계 경제에서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종속국으로 남을 것인가, 경쟁력을 갖춘 선도국이 될 것인가에 대한 조속한 선택이 이뤄져야 한다. 만일 한국이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다면 선택을 강요당하게 될 것이다."고 되어 있다.
이 보고서가 작성될 당시 우리나라는 아이엠에프 외환위기 때였다. 위기의 원인을 산업화 시대의 경제발전모델이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더 이상 맞지 않는 경제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혁신적인 지식기반 경제를 만들어 나갈 것을 제안했다.
세부 내용으로는 수출입분야에서 지식교역이 중요해지고, 정보통신과 여타분야의 융합이 활발하게 전개되며, 특히 생명공학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기업이 지능기업으로 변모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경제는 그동안 소수의 대기업에 너무 의존해 왔는데 유연성을 갖기 위해서는 작은 규모의 비즈니스가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마지막 7장에서 '미래는 사람이다'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기술 혁명은 적절한 교육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개개인에 특화된 교육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주입식 교육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가 출간된지 15년이 지난 지금 그의 충고가 거의 무시되었고 그가 염려했던 것이 모두 우리의 현실이 되고 말았다. 앨빈 토플러는 이미 세상을 떠났으나 그의 충고는 우리 모두 되새겨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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