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 헤이스팅스 CEO 방한
자체제작·배급 콘텐츠 확대 계획
초반 부진 딛고 성과낼지 주목
자체제작·배급 콘텐츠 확대 계획
초반 부진 딛고 성과낼지 주목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유료방송 시장 공세를 더 강화한다. 공동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방한을 계기로 다양한 한국 시장을 겨냥한 독점 콘텐츠 제작 계획을 내놨다. 앞서 지난 1월 한국 시장에 진출했으나 '미풍'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 넷플릭스가 초반 부진을 딛고 한국 이용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세계 최고 인터넷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한국과 넷플릭스는 완벽하게 어울릴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자체 콘텐츠 제작을 추진 중이며, 연내 자세한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최근 국내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국내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와 손을 잡고, 최근 넷플릭스 전용 셋톱박스를 내놨다. 여기에 국내 시청자를 겨냥한 독점 콘텐츠, 자체 제작 또는 배급하는 콘텐츠를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이어서 향후 시장에 변화가 생길지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넷플릭스는 강원도에서 '옥자'를 촬영 중인 봉준호 감독을 지원하고 있다. '옥자'는 어린 소녀와 거대 동물의 우정을 그린 영화로 넷플릭스에서 독점 공개될 예정이다. 또 배우 배두나가 출연하는 넷플릭스 TV 시리즈 '센스8' 시즌2 촬영도 서울에서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 속으로 들어간다는 환상을 담은 '드라마월드'에는 한국 배우와 K팝 스타들이 출연한다. 박경림이 한국 버전 MC를 맡고 한국을 비롯해 6개국 참가자들이 출연하는 대형 서바이벌 프로그램 '얼티밋 비스트마스터'도 제작하고 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넷플릭스의 장점은 어디에서 어떤 언어로 제작되던 세계 시청자 모두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 이용자들이 어떤 방송, 영화를 즐겨보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서비스 6개월째를 맞은 넷플릭스는 그동안 콘텐츠 부족과 가격 경쟁력 미흡으로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비스 초기 볼만한 한국 콘텐츠가 부족하고, '하우스 오브 카드' 등 간판 콘텐츠는 판권 문제로 한참 후에야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유료방송 가격이 10만원에 달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유료방송 가격은 7.99달러~11.99달러(9500원~1만4500원) 수준의 넷플릭스와 비슷해 가격 경쟁력도 높지 않았다.
행사 후 기자와 만난 헤이스팅스 CEO는 "프랑스에서도 넷플릭스가 들어오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프랑스 콘텐츠 산업은 붕괴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이어 "그러다 보니 넷플릭스가 성공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평가하기 쉬운데, 넷플릭스 가입자는 꾸준히 늘고 있고 전체 산업과 함께 성장 중"이라며 "현재 한국은 미국 콘텐츠가 주로 제공되는 상황이고, 앞으로 한국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점점 더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서비스 가격에 대해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요금으로 서비스하고 있고, 첫 6개월 동안 한국에서도 좋은 성과를 올렸다고 생각한다"며 "자체 콘텐츠 제작에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은) 적절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국내 이용자 사이에서 콘텐츠 등급심의에 따른 일부 화면이 흐리게 처리되는 문제, 성인인증 등은 걸림돌로 꼽힌다. 헤이스팅스 CEO는 "특정 장면이 흐리게 처리되는 경우가 있지만, 일부로 국한되고 삭제되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세계 190여 국가에 진출했고, 세계적으로 81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다. 100개 이상의 자체 제작 드라마 시리즈와 영화를 제공하고 있다.
정윤희기자 yu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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