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낭독기 사용시 다음 링크들을 이용하면 더 빠르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즐겨찾기 문화일보 PDF
지식산업

[이규화의 경제통하기] 우리의 `브렉시트`는 막을 수 있나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 입력: 2016-06-26 17:00
[2016년 06월 27일자 22면 기사]

원본사이즈   확대축소   인쇄하기메일보내기         트위터로전송 페이스북으로전송 구글로전송
[이규화의 경제통하기] 우리의 `브렉시트`는 막을 수 있나
이규화 선임기자

영국이 토끼굴에 빠졌다. 브렉시트 재투표를 청원하는 인터넷 서명자가 3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영국의 소설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루이스가 뭔가 재밌는 일이 없을까 기대하며 흰토끼를 쫓다 토끼굴로 미끌어져 빠진다. 앨리스는 온갖 황당무계하고 뒤죽박죽의 사건을 경험하고 현실로 돌아온다. 하지만 무언가 더 좋을 거라는 믿음에 브렉시트 찬성표를 던졌던 영국 국민은 현실을 되돌릴 수 없다. 영국민에게는 예측 불허의 불안이, 세계 경제에는 규칙과 제도가 혼란에 빠지는 '아노미 현상'이 기다리고 있다.

영국인은 왜 토끼굴에 빠졌을까. 반이민 정서와 경제적 박탈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작년에만 영국에 33만명의 이민이 들어왔다. 영국 전체 이민자는 인구의 약 13%인 840만 명에 달한다. 해마다 급증하는 이민의 절반이 EU 역내 이민이다. 늘어난 이민은 중·하 소득층 일자리를 빼앗고 교육과 복지, 의료 분야에서 내국민과 거의 동등한 대우를 받아 내국민의 몫을 줄였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IS의 준동으로 무슬림 난민이 유입되면서 정체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반이민 정서를 강화했다. EU에서 탈퇴하면 당장 130억 파운드(약 22조원)의 분담금을 안 내도 되고 그것을 복지와 실업대책에 쓸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이 EU 일원으로서 받는 혜택은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 많다. 런던이 금융시장 허브로서 얻는 일자리 증가 효과와 EU 시장을 겨냥한 EU 역외 국가들의 투자선호지역으로서 영국이 갖는 이익은 작지 않다. EU 내 고급인력의 집중으로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이 발전하는 것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조사연구에 따르면, EU 출신 이민자들은 영국 경제에서 1파운드를 가져가고 1.34파운드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적으로 계산하면, 영국은 EU를 떠나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예상을 빗나간 결과가 나온 것은 개방과 통합의 열매가 최상층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는 세계화에 대해 일반 대중이 반기를 든 사건이다. 개방과 연결로 등장한 글로벌 경제의 열매를 소수가 독점하는 한, 반작용은 계속될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현상도, 네덜란드와 프랑스 이탈리아 핀란드 등에서 EU 탈퇴 여론이 강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경계가 사라지는 '만물 초지능 인터넷 초연결 사회', '만물 지구촌제국 시대'가 제동이 걸리는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지구촌은 싫으나 좋으나 한 국가의 의지에 상관없이 연결성이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문제, 핵 문제 뿐 아니라 IoT·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이 빚어내는 기술적 동력이 고립돼서는 생존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초연결 글로벌 경제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정치적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브렉시트는 보수당 캐머런 총리가 대중의 불만을 임시방편으로 잠재우기 위해 국민투표라는 꼼수를 던졌다 자충수에 걸린 것이다. 수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1%대 99%의 논쟁을 촉발한 양극화 문제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빈부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다. 브렉시트에서 드러난 중산층의 불만을 미봉책으로 막으려 하다가는 갈등은 더 격화되고 세계 경제는 갈수록 아노미로 빠질 것이다.

우리 경제의 충격을 완화할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우리 내부의 '브렉시트' 현상을 예방하는 일이다. 빈발하는 흉악범죄, 구의역 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 등의 근원은 확대된 경제적 격차이고 지금 우리 사회는 이를 해결할 정치적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저마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혼돈의 세계 경제에서 표류할 수밖에 없다.

이규화 선임기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T Main
선풀달기 운동본부
연예 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