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심근경색이나 심부전을 치료할 수 있는 심장 자극기를 개발했다. 향후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심장질환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은 김대형 연구위원(서울대 교수)팀이 나노미터 두께의 실과 같은 1차원 물질인 은 나노선과 고무를 소재로 만든 복합체를 이용해 심부전을 치료할 수 있는 '소프트 심장 자극기'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심부전은 심장의 펌프 기능에 이상이 생겨 혈액이 몸에 정상 공급되지 못해 일어나는 심장질환으로, 호흡 곤란과 부종, 피로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기존 심장 자극기는 전극이 닿는 일부분만 자극해 심장질환으로 엇갈린 좌우 양측의 심실 수축이 다시 동시에 일어나게 하는 재동기화 성공 확률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만이 효과를 볼 뿐 오히려 심장 박동을 불규칙하게 해 심장마비나 부정맥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은 나노선으로 고전도성 전극을 만들어 금을 도금해 나노선의 독성을 차단했다. 또 심장외막을 고무와 혼합한 구불구불하고 탄성을 가진 그물망 전극으로 구현, 심장 전체에 전기자극을 전달토록 개발했다.
이렇게 개발된 심장 자극기는 기존 자극기에 비해 부작용이 줄었고, 심장의 운동을 보조하는 역할까지 해 심장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심장 자극기를 심근경색을 유발한 실험용 생쥐에 적용한 결과, 심장신호를 정확하게 감지하고 미세한 전기자극으로도 심장을 효과적으로 재동기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심장 이완 시 심장에 전혀 무리를 주지 않고, 수축 시에는 심장을 도와 심실 벽의 스트레스를 줄여 심장의 부하를 덜어줬다. 유연한 전극이 심장을 고루 감싸 전기자극을 전달해 심근경색 생쥐의 심장 수축기능을 향상시켰다.
김대형 연구위원은 "앞으로 대형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기존 소재를 체내 장기에 사용할 수 있는 무독성 재료로 대체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심장 자극기가 본격 활용되면 심근경색과 심부전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적 의학 분야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23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IBS 나노입자연구단 김대형 연구위원 연구팀이 개발한 '소프트 심장 자극기'의 개념도. 은 나노선과 고무 소재로 심부전을 치료하는 심장 자극기를 개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