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영 IT정보화부장
![[심화영 칼럼] "털고, 빼가고"… 진화하는 북한발 해킹](http://contents.dt.co.kr/images/201606/2016062002102251727001[1].jpg "[심화영 칼럼] \"털고, 빼가고\"… 진화하는 북한발 해킹")
가진 것이 많으면 그만큼 잃을 것도 많다. 우리나라는 전자정부를 비롯해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췄다. 동시에 북한의 해킹 공격을 가장 많이 받는 전쟁터다. 특히 특정 대상으로부터 원하는 내용을 탈취하기 위해 오랫동안 잠복해서 공격하는 지능형 사이버 공격을 많이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사이버테러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보안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 침투하는 해킹공격의 대략 80%는 중국발로 본다. 이어 러시아, 북한 순인데 북한발 해킹이 유독 체감온도가 높은 것은 대형사건에 연루된 것이 많아서다. 북한 해킹 건수가 전체 해킹공격의 0.001%에 불과하더라도 기간시설과 대기업을 노린 만큼 충격파는 클 수밖에 없다.
올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직후 국내 대기업 전산망을 뚫고 대량의 자료를 빼낸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4차 핵실험 직후인 올 2월 북한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악성코드 관련 첩보를 입수, 수사에 착수했고 국내 대기업과 공공기관, 정부 부처 등 160여곳에서 사용하는 PC 통합관리망이 뚫린 사실을 확인했다.
이처럼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해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2009년 7월 청와대와 미국 재무부 사이트 해킹, 2011년 4월 농협 전산망 해킹, 2013년 3월 언론사 및 금융기관 전산망 해킹, 2015년 10월 우리 정부 외교·안보라인 주요 인사 수십 명의 스마트폰 해킹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사이버 공격이 연이어 자행된다.
그렇다면 국제 보안 콘퍼런스에서도 모습을 드러낸 적 없는 북한의 해킹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북한을 제 2의 인도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인도는 후진국이지만 소프트웨어(SW) 강국이다.
정보통신 후진국 북한이지만 사이버 공격 능력만큼은 세계 최상위 수준으로 평가되곤 한다. 김일성종합대학 학생들은 올 1월과 2월 '코드쉐프' 대회에서 연거푸 우승했다. 코드쉐프는 인도의 SW기업이 매월 개최하는 국제인터넷프로그래밍 대회로 세계 각국에서 수천 개 팀이 참가한다. 그만큼 북한의 컴퓨팅 실력이 좋다는 얘기다.
한국의 보안수준이 낮지 않지만 북한과 한국을 비교하면 '비대칭 전력(戰力)'이다. 한국은 IT 인프라가 워낙 많기 때문에 지켜야 할 영역이 상대적으로 많다. 북한은 IP(Internet Protocol)가 1000개에 불과하고 철저하게 중앙 통제하에 있다. 또한 북한의 해커는 국제적으로 공조가 되지 않아 체포하기 힘들며, 실력도 최상위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럼 대안은 뭘까. 이번 사태에서 천만다행인 것은 피해 업체에서 발 빠르게 대응해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간보안업체가 첩보를 받아 결과를 경찰과 한국인터넷진흥원에 공유했고, 보안 패치 작업을 서둘러 SK와 한진 같은 그룹의 대규모 해킹을 막을 수 있었다. 이렇듯 정부와 민간이 북한 악성코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공조할 수 있어야 한다. 쉬쉬할 일이 아니다. 보안 준비가 되지 않은 서비스라면 개시하지 말아야 한다.
사이버 공격은 금융, 철도, 전력, 통신 등을 일거에 마비시켜 대한민국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북한 해킹을 단순한 보안 문제가 아닌 안보 차원의 문제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군사적 대치상태에 있는 한반도에 북한발 해커의 공격은 더욱 진화할 것이 자명하다. 땅, 바다, 하늘, 우주에 이어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정보를 유린하는 사이버공간은 새 전쟁터가 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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