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손상된 DNA를 정상 복구하지 못해 생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일 수 있는 식물 추출 물질을 찾아냈다. 이 물질을 이용하면 암세포를 없앨 수 있고, 정상 세포의 주기를 조절하는 확인점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항상성연구단 명경재 단장(사진) 연구팀은 대장 부위 세포의 DNA 복제 시 염기쌍이 잘못 결합돼 나타나는 '틀린 짝 복구' 과정에서 생기는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킬 수 있는 '바이칼레인'을 발견했다고 15일 밝혔다.
바이칼레인은 약용식물인 '황금(속썩은풀)'의 뿌리에서 발견되는 물질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끊임없이 분열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DNA를 복제하는 데, 간혹 DNA가 손상된다. 보통 세포는 손상된 DNA를 정상 복구할 수 있지만, 복구기능에 결함이 생긴 세포는 DNA 손상을 복구하지 못하고,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해 암세포로 변하게 된다.
대장암의 경우 10%가 DNA 손상 복구 과정 중 '틀린 짝 복구'과정의 결함으로 생기고, 이 암세포는 항암제 저항성이 높아 치료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DNA 틀린 짝 복구 결함으로 인한 암세포와 정상세포에 각각 바이칼레인을 처리해 작용 기전을 살펴본 결과, 바이칼레인을 암세포에 처리한 경우 DNA 이중나선이 절단돼 암세포가 사멸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어 대장에서 DNA 틀린 짝 복구 결함이 생기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생쥐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에서는 일반 음식을 먹은 생쥐는 틀린 짝 복구 결함이 생겨 대장암이 발병했으나, 바이칼레인을 음식에 섞어 먹인 생쥐들은 대장암이 거의 발병하지 않았다.
또한 정상 세포에 바이칼레인을 처리한 경우에는 DNA 손상을 회복시키는 단백질이 바이칼레인을 인식, 세포 주기를 일시 정지시키는 시스템인 '확인점'을 활성화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바이칼레인이 틀린 짝 복구 결함으로 생긴 암세포를 없앨 뿐 아니라, 정상 세포의 세포 주기를 조절하는 확인점 활성에 기여함을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명경재 단장은 "바이칼레인을 활용하면 향후 대장암을 비롯해 DNA 틀린 짝 복구 결함으로 발병하는 다양한 암 치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암 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캔서 리서치(6월4일) 온라인판'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