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시론] 고통분담 없는 이상한 구조조정](http://contents.dt.co.kr/images/201605/2016052402102351607002[1].jpg "[시론] 고통분담 없는 이상한 구조조정")
조선·해운 업체들이 벼랑에 몰렸다. 구조조정 말만 무성할 뿐 아직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 철강 석유화학 등 산업은 물론 국책은행도 공기업도 부실을 털어내야 할 대상이다.
한 때 잘 나가더라도 어려운 때가 온다는 건 역사적 경험이다. 기업경영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폭풍우와 험난한 파도에 대비하며 항해하는 대장정이다. 방만한 경영을 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몰려 서둘면 때는 이미 늦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구조조정은 상시적이어야 할 이유다. 구조조정에는 아픔이 따르지만 그걸 극복해야 살아남는다. 구조조정은 단순히 기업의 목숨만 살리려는 게 아니다. 인력조정과 재무구조 개선, 과잉 설비 정리, 기업 통폐합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작업이다. 자금지원 방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다.
기업의 부실 요인은 상황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오너와 경영진, 적자인데도 임금 올리라고 떼쓴 노조, 정부와 국책은행의 감독·관리부실 등 복합적이다. 따라서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책임과 고통을 나누어지는 구체적 방안이 나와야한다. 정부와 국책은행, 대상 기업이 합리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노조도 고통분담에 기꺼이 동참해야하는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을 잠식하는 요인의 하나는 과도한 인건비 부담이다. 인건비와 경비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는 논의조차 없다. 구조조정 대상 업체의 일부 노조들은 임금인상을 주장한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어쩌자는 것인가.
그동안 적자기업의 경영진은 뼈를 깎는 노력을 하기보다 자금지원에 매달리고 노조는 임금인상 투쟁을 벌였다. 그런 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며 결과적으로 부실을 키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책임도 물어야한다. 이들 은행의 인력감축과 연봉삭감 등 자구노력이 힘께 논의돼야 마땅하다.
이익은 그들의 몫이고 기업을 살려 내는데 드는 부담은 국민이 지는 이익의 사유화(私有化)와 손실의 사회화(社會化)는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그들 노조와 경영진의 높은 연봉과 보너스까지 국민이 부담해야 할 이유는 없다.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헌법에 규정된 긴급명령권을 발동해 노동개혁을 단행했다. 지지 세력인 노동자들이 반발할 정도의 극약처방이었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깨지 않으면 만성적인 실업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노동개혁은 말 뿐이고 경쟁력을 잃은 산업과 업체,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부실을 털어내려는 구체적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청년실업을 비롯해 해결을 기다리는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이를 해결할 수단인 노동개혁법안 등 경제활성화법안은 19대 국회에서 기어이 통과시키지 않았다.
구조조정문제와 관련해서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을 한국은행의 출자로 할 것인가, 대출로 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오갔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재정 역할의 필요성이 제기돼 추경 편성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구조조정에 정치가 개입하면 자칫 구조조정이라는 배가 산으로 올라갈지 모른다. 구조조정은 인기 없는 일이고 특히 노조의 반발이 강하기 때문에 정치권은 경제가 어떻게 되든 정치적 계산만 한다. 야당은 지금도 노동개혁, 금융개혁을 반대하고 있지 않은가. 사실상 이미 시작된 대선 레이스는 구조조정의 적신호다. 그래서 걱정이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곳이 조선·해운 업체만이 아니다. 모든 업체와 산업, 공기업과 국책은행의 부실과 불합리를 털어내는 작업은 지속적이어야 한다. 죽어야 산다는 각오 없이 위기 돌파는 불가능하다. 어떤 조직이든 상황변화를 예측하고 그때마다 미리 부실을 털어내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야한다. 한국경제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서다. 책임 있는 당사자들은 책임과 고통 분담에 기꺼이 동참해야 하고 정치권은 구조조정에 개입하지 않는 게 사태개선을 돕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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