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 버티기' 보험사 압박
금감원, 지급률 저조땐 현장조사
금감원, 지급률 저조땐 현장조사
금융감독원이 대법원 판결 후에도 2년 소멸시효를 문제 삼아 자살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사에 대해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자살보험금 지급이 늦어지는 보험사에 대해서는 집중 검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23일 금융감독원은 '자살보험금 지급 관련 금감원의 입장 및 향후계획' 브리핑을 열고 "최근 나온 대법원의 판결취지와 부합하도록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보험사들이 자살보험금(재해사망특약)을 전부 지급하라"고 밝혔다. 생보사들은 12일 대법원 판결 이후 소멸시효 2년 이내의 자살보험금 지급에 대해서는 '즉시 지급' 방침을 밝혔지만 소멸시효 2년이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에 대해서는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 같은 보험사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생보사들이 소송으로 시간을 끄는 사이 80% 이상의 계약이 소멸시효를 넘겨버렸다"며 "다른 상품에 대해서도 소송을 걸어 시간을 끌고 소멸시효를 넘기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일부 악습을 끊기 위해서라도 보험회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남아있는 일부 민사소송의 결과를 기다린다는 이유로 더이상 계류 중인 자살보험금의 지급을 미뤄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것이다. 또 보험회사가 이를 지급하지 않고 미루다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민법상 판단에 앞서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2월 26일 기준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16개 생보사 2980건, 2465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 가운데 소멸시효 기간 경과건은 2314건(78%), 2003억원(81%)이다.
자살보험금 논란은 2014년 본격화됐다. 보험사들이 2010년 4월 이전 판매한 재해사망 특별계약 상품 약관에 '가입 2년 후에는 자살 시에도 특약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했다가 뒤늦게 약관 작성 때 실수가 있었으며,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며 특약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면서다. 이에 금감원이 2014년 ING생명 등을 제재하면서 약관에 명시된 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생보사들이 반발하면서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현재 생보업계 전체적으로 자살에도 특약 보험금을 주는 보험 계약만 280만건에 달한다.특히 금감원은 대법원에서 민사상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보험사가 당초 약속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소멸시효 문제를 두고 보험사와 보험소비자 간 소송은 8건이 진행되고 있는데 개별 소송의 결론과 크게 관계없이 보험사가 사회적 책임과 소비자와의 약속 이행 차원에서 자살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지연한 회사와 임직원을 제재하고, 각 회사에서 보험금 지급 계획을 받기로 했다. 지급률이 저조한 회사는 현장 조사에 나서는 등 이 문제와 관련해 '채찍'을 들기로 했다. 아울러 보험사의 귀책 사유로 보험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경우 소멸시효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관련법 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
권 부원장보는 "보험사가 사회적 신뢰와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금감원의 입장은 확고하다"며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생명보험사에 대해서는 검사 제재 및 시정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규기자 d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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