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법률사무소 휴먼 소속변호사
![[DT광장] 고질적 병폐 `전관예우` 뿌리 뽑으려면](http://contents.dt.co.kr/images/201605/2016052302102351005001[1].jpg "[DT광장] 고질적 병폐 `전관예우` 뿌리 뽑으려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 로비 의혹은 전관예우가 여전히 만연해 있는 한국사회의 후진성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상습도박으로 수감된 정운호 대표가 자신의 형량을 낮추고 보석 등을 얻어내려고 100억대의 거액을 뿌렸는데,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는 판·검사에게 로비하겠다며 그 돈을 받아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학연·지연을 통해 담당 판·검사를 접촉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검사장을 지낸 홍만표 변호사는 정운호 대표가 원정도박 혐의로 수사를 받을 때 검찰에 압력을 넣어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법조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7년 현직 판사들이 변호사들로부터 휴가비 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을 시작으로 1999년 대전에서는 현직 판검사 등이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사건 수임을 알선하고 소개비를 챙긴 사실이 드러난 적이 있다. 또 2006년에는 법조 브로커 김홍수 씨 폭로로 현직 부장판사와 검사, 경찰서장 등이 구속됐고, 지난해에는 검사 출신의 판사가 사채업자로부터 형사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도와달라는 등 청탁과 함께 2억6천여만 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법원과 검찰 고위직을 지낸 변호사들이 현직 판검사들의 관례적 묵인아래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전관예우,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오고가는 검은 돈들은 더욱 정의가 엄정하게 실현돼야할 한국의 법조계가 아직 정의로운 곳이 아님을 뜻한다. 돈을 가진 자는 전관예우를 이용하여 무죄를 받거나 형을 감경 받고, 그렇지 않은 자는 있는 그대로 처벌을 받는 사회,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허용되는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것이다.
한국사화의 고질적인 병폐인 전관예우, 그와 관련된 비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번 정운호 로비게이트를 계기로 전관예우를 통해 현직 판검사들에게 부정한 청탁 등이 이루어졌는지 전관뿐만 아니라 현직에 있는 판검사들에 대해서도 전방위적이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드러난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그 죄를 묻고, 변호사 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등 다시는 법조계에 발을 못 붙이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제도개혁이 필요하다. 전관예우에는 사법시험 기수, 학연, 지연 등이 작용한다. 최근 법원은 사법시험, 변호사시험 합격 후 바로 판검사에 임용되는 것이 아니라 법조일원화(법조 영역의 벽을 허물고)로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변호사들이 판사로 임용되는 제도개혁을 이미 시작했다. 그러나 법조일원화는 이제 시작 단계라서 여전히 법원, 검찰은 연수원 등 기수로 서열화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조일원화가 좀 더 빠르게 도입돼야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수문화가 상당부분 완화된 로스쿨체계가 안착될 필요가 있다.
한편, 전관을 영업수단으로 삼는 변호사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즉 법률로서 전관임을 내세워 영업하는 행위를 금지시켜야 한다. 현재 변호사법은 판검사와 연고를 내세워 영업하는 것만 금지하고 있는데 이것을 확대해 법원검찰 등 '기관' 경력을 영업수단으로 삼는 것도 처벌해야 한다. 간단히 말해 법원·검찰 출신임을 내세워 근무했던 법원·검찰청 현직 판검사와 친분이 있을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도 금지해야 한다.
그리고 법관이나 검사가 퇴직할 때 근무하던 기관의 사건을 1년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한 현재 규정을 강화해 적어도 5년간은 퇴직 때 소속했던 기관의 관할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더 나아가 검찰, 법원의 고위직이 퇴직하는 경우 변호사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 지난해 대한변협은 전관예우 근절을 명분으로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신고를 수리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조비리는 단순히 법조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싼 수임료를 내며 전관만 찾는 의뢰인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관이나 브로커가 의뢰인의 절박함을 미끼로 거액을 받아 챙길 수 있는 배경도 전관 맹신이 불러온 부분도 상당하다. 여전히 전관이 수사나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종종 일어나고 있으나 과거에 비해 전관의 영향력은 확연히 줄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로비를 통해 구형이나 판결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는 사례는 아주 드물다고 보아야 한다. 다양한 사법개혁이 진행되고, 판사도 외부에서 평가받는 세상이 왔기 때문이다. 판사나 검사가 재판정에서 말 한마디 잘못해도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세상이다. 위 정운호 대표의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한 것은 그러한 일이 드문 일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건은 전관을 선임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고 비싼 수임료만 지급하게 될 것이며, 부정한 청탁을 의뢰할시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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