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환 ETRI 책임연구원
![[디지털산책]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하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605/20160517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하자")
온라인 거래가 보편화되고 금융과 ICT가 접목된 편리한 핀테크가 등장했음에도 해킹과 위조·변조를 방지하는 솔루션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디지털 가상화폐의 대명사인 비트코인에 적용된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은 거래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접근해, 금융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활용하려고 기술개발과 비즈니스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정보를 기록한 원장(Ledger)을 모든 참여자가 분산(Distributed) 보관하고 신규 거래가 발생하거나 기존 거래에 편집이 실행되면 암호인증으로 새로운 블록이 체인처럼 연결되는 방식이다. 간단히 말해 강력한 보안성과 투명성을 갖고 주기적으로 갱신되는 디지털 분산원장 또는 온라인 공공장부를 의미한다.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에서도 10년 후 미래사회를 변화시키는 티핑 포인트로 로봇 서비스, 유비쿼터스 컴퓨팅,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의사결정, 공유경제 등 21개를 선정하였는데, 이 중에 블록체인이 2개나 포함돼 있다. 각국 정부들은 2023년에 블록체인으로 세금을 받기 시작하고, 2027년에는 전세계 GDP의 약 10%가 블록체인 기술로 저장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통한 구조혁신은 기회와 도전의 양면성이 존재하므로 통화정책, 조세제도, 정부역할을 재검토하고 활용분야 기반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이러한 커다란 변혁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블록체인은 중앙서버가 없이 누구나 참여자가 될 수 있고 동등 계층간 네트워크인 P2P망에서 이중지불을 방지할 수 있으며 공개거래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거대한 정치경제사회 흐름에서 보면, 중앙화는 분권화를 거쳐 분산화로, 전국망은 지역망을 지나 P2P망으로, 국가권한은 지방분권과 함께 시민자치로, 독점경제는 과점경쟁을 넘어 공유경제로, 대가족은 핵가족에서 1인가구로 전환되는 현상들이 기술적으로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은 일치감치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하고 ICT와 융합한 새로운 거버넌스를 주도하여 왔다. 서비스와 표준화를 위해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R3 CEV), 하이퍼레저(Hyperledger)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플랫폼 생태계를 리드하려는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가상화폐, 은행, 투자회사, 전자거래, 핀테크 등 금융 중심의 현재 블록체인 생태계에 사물인터넷, O2O, 디바이스, 저작권, 소유증명 관련 분야들이 폭발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벌써 35개 이상의 블록체인 기업이 보안, 하드웨어, P2P, 거래, 소셜, 지불, 투자 등에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인 온두라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최첨단 국가 토지대장 DB를 만들고 이를 안전한 주택담보대출, 계약, 광물권리에 적용할 계획이다. 인구 131만명에 불과한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과 연계한 전자시민권 제도를 시행했으며, 결혼, 계약, 출생증명 등을 공증하는 신원서비스도 실시할 예정이다. 정보통신 강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의 위상이 무색할 정도로 작은 나라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공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오픈소스로서 효율성과 확장성에 대한 논쟁이 있고, 익명성을 이용해 가상화폐 일부가 불법 거래대금 결제, 비자금 조성, 탈세로 이어지는 문제점들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기술적 및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며, 미래에는 수백억 개의 사물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되므로 중앙처리보다 분산형 P2P 방식을 선호하는 분야가 많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은 향후 요소기술 및 융합기술로서 암호화폐, 공공보안, 산업응용, 거래결제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대되고 ICT 역할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연구개발, 법제도 개선, 인프라 구축, 인력양성, 상용화 정책을 블록체인 활용 생태계와 연계해 조속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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