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기준 모호"
업계, 향후 규제화 우려도
업계, 향후 규제화 우려도
내달 시행되는 '한국판 잊힐 권리'의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시행되는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잊힐 권리) 가이드라인'을 놓고 네이버,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포털업체와 인터파크, 넥슨 등 인터넷 사업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껏 제기된 기술적 한계, 사회적 미합의, 제도 실효성 등의 문제 외에도 가이드라인의 사업자 형평성 불균형, 향후 규제화 가능성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업자들의 가장 큰 우려는 가이드라인이 앞으로 '그림자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지금까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 가이드라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6월 시행에 변화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앞에선 '사업자 자율에 달려있다'며 가이드라인일 뿐이라고 얘기하지만, 뒤에선 '행정 지도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사업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블라인드(링크 삭제) 처리 시스템 구축과 사업자 내부 가이드라인 수립을 마련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데도, 내달 시행을 강행키로 하면서 게시물 삭제를 원하는 이용자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는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 트위터 등 주요 사업자가 빠져 있다는 문제점도 나왔다. 방통위는 지난 3월 가이드라인 초안 공개 전후로 사업자들과 수차례의 물밑논의를 진행했다. 협상 테이블에는 해외 사업자 중 구글과 페이스북 등 두 곳이 초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 중에서 국내 영향력이 있는 트위터는 한 번도 테이블에 앉은 적이 없다"며 "트위터를 통해 잊힐권리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을 텐데, 가이드라인 대상 사업자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에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고 적시했다. 여기에는 국내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사업자도 포함되지만, 업계에선 해외에 본사를 둔 사업자들은 가이드라인을 포함한 국내법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방통위는 약 2개월 논의 끝에 구글, 페이스북 참여를 이끌어냈지만, 트위터 등 다른 사업자의 경우 가이드라인 통보 수준에 그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트위터 관계자는 "방통위로부터 따로 연락을 받지는 않았지만, 다른 해외 사업자들과 협의를 거쳐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 따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가이드라인의 구체적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사업자 간 내부 혼선이 생길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예컨대 인터파크는 포인트 등 대가를 받고 작성된 게시물의 경우에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 네이버는 질문과 답변으로 이뤄진 '지식인'(질문과 답변으로 이뤄진 채널) 서비스도 해당하는지 여부 등 현 가이드라인만으론 모호한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게시글 작성자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사업자에 따라 각각 달리 답변해 '형평성' 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잊힐 권리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 시행해보고, 가이드라인을 수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희기자 poof34@dt.co.kr
1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시행되는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잊힐 권리) 가이드라인'을 놓고 네이버,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포털업체와 인터파크, 넥슨 등 인터넷 사업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껏 제기된 기술적 한계, 사회적 미합의, 제도 실효성 등의 문제 외에도 가이드라인의 사업자 형평성 불균형, 향후 규제화 가능성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업자들의 가장 큰 우려는 가이드라인이 앞으로 '그림자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지금까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 가이드라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6월 시행에 변화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앞에선 '사업자 자율에 달려있다'며 가이드라인일 뿐이라고 얘기하지만, 뒤에선 '행정 지도 성격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사업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블라인드(링크 삭제) 처리 시스템 구축과 사업자 내부 가이드라인 수립을 마련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데도, 내달 시행을 강행키로 하면서 게시물 삭제를 원하는 이용자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는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 트위터 등 주요 사업자가 빠져 있다는 문제점도 나왔다. 방통위는 지난 3월 가이드라인 초안 공개 전후로 사업자들과 수차례의 물밑논의를 진행했다. 협상 테이블에는 해외 사업자 중 구글과 페이스북 등 두 곳이 초대됐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 중에서 국내 영향력이 있는 트위터는 한 번도 테이블에 앉은 적이 없다"며 "트위터를 통해 잊힐권리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을 텐데, 가이드라인 대상 사업자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에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검색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고 적시했다. 여기에는 국내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해외 사업자도 포함되지만, 업계에선 해외에 본사를 둔 사업자들은 가이드라인을 포함한 국내법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방통위는 약 2개월 논의 끝에 구글, 페이스북 참여를 이끌어냈지만, 트위터 등 다른 사업자의 경우 가이드라인 통보 수준에 그쳐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트위터 관계자는 "방통위로부터 따로 연락을 받지는 않았지만, 다른 해외 사업자들과 협의를 거쳐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 따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가이드라인의 구체적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사업자 간 내부 혼선이 생길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예컨대 인터파크는 포인트 등 대가를 받고 작성된 게시물의 경우에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 네이버는 질문과 답변으로 이뤄진 '지식인'(질문과 답변으로 이뤄진 채널) 서비스도 해당하는지 여부 등 현 가이드라인만으론 모호한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게시글 작성자 의견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사업자에 따라 각각 달리 답변해 '형평성' 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잊힐 권리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 시행해보고, 가이드라인을 수정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희기자 poof3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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