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디지털 산책] ‘공인 탐정제도’ 도입할 때 됐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5/2016050402102251607001[1].jpg "[디지털 산책] ‘공인 탐정제도’ 도입할 때 됐다")
2016년 4.13 총선에서 경찰출신 후보가 8명이나 당선됨에 따라 20대 국회에서는 경찰관련 입법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이른바 사설탐정을 공인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민간조사업법 제정작업이 눈에 띈다. 흥신소나 심부름센터 등에 종사하고 있는 인력들의 활동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민간조사업법 제정에 대하여는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민간조사원의 직무내용은 사실상 수사기관이나 변호사 등의 업무이므로 관련 입법은 직역간 충돌과 사회갈등을 초래할 뿐이라는 의견이 강하지만 이미 사회저변에서 사설 민간조사원, 흥신소, 심부름센터 등 다양한 명칭으로 다수의 직업군이 활동하고 있어 이들을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관리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단순 실종자나 악성채무자 등 사람 찾는 일을 경찰이나 변호사에게 의뢰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이들 직업군을 합법적 범주 안에서 제도화해 혹시 발생될지 모를 사생활침해 등 폐해를 방지하는 것이 시급하다.
사립탐정은 통상 행방불명되거나 가출한 자를 찾거나, 부부간 불륜을 조사하거나, 악성채무자를 수색하거나, 기업체의 산업스파이를 조사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만일 의뢰내용이 형사사건이 아니거나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다면, 사립탐정은 매우 유용할 수 있다. 언젠가 국세청에서 미국의 사립탐정에게 고액의 대가를 지급하고 비밀계좌 정보를 입수해 역외탈세범을 잡은 일을 생각하면 활용범위는 매우 크다. 하지만 현행법상 사설탐정 활동은 허용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흥신소와 심부름센터가 난립하고 있고 이들을 이용하는 국민이 많아 이에 따른 사생활침해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현행 신용정보보호법에 의하면, 누구든지 정보원, 탐정 기타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또한 누구든지 특정인의 소재 및 연락처를 알아내거나 금융거래 등 상거래관계 외의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것을 업으로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채권추심업을 허가받은 신용정보회사가 그 업무를 위하여 특정인의 소재 등을 알아내는 경우 또는 다른 법령에 따라 특정인의 소재 등을 알아내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또한 변호사 등 법적 자격을 가진 사람은 민간인으로서 자신이 수임 받은 모든 법률관계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갖고 있고 이에 따라 고용된 패러리걸, 즉 사무장 등 법률사무보조원에 의한 사실상의 탐정활동은 매우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경찰청과 행정자치부는 공인탐정제도를 두자는 의견이지만, 검찰청과 법무부는 패러리걸만 인정하는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많은 외국에서는 변호사 등에 의해 고용된 패러리걸 뿐 아니라, 공인탐정제도를 함께 두고 있다. 미국의 탐정기업은 대규모 자본력을 내세워, CIA나 FBI보다도 조사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민간 탐정기업들의 정보서비스가 추후 미국의 정보독점체제인 CIA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탐정법을 제정하려는 노력은 십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경비업법을 개정해 경찰 등 국가 수사기관을 대신해 각종 조사업무를 수행하는 이른바 민간조사업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거나 아예 독립적인 민간조사업법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공인민간조사원제도는 퇴직한 경찰에게 재취업의 기회를 주고, 흥신소나 심부름센터 등의 불법적 활동을 양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민간에게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전직 경찰이 재직시에 취득한 정보를 사적 용도로 악용하는 부작용도 초래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부작용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공인탐정제도는 오늘날 수사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적정한 입법조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기업범죄, 지적재산권 침해, 보험범죄, 사이버범죄, 교통사고, 의료사고 등 매우 다양하다. 다만, 이들의 활동이 사생활침해로 이어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따라서 민간조사업의 등록과 활동에 대한 엄격한 요건을 법정하고 이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 및 규제가 뒤따라야 할 것이며, 공인민간조사원은 오늘날 고도로 발전된 한국사회의 다양성에 걸맞은 새로운 직역으로 충실히 자리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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