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제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팀
영양분 섭취와 별도로 음식의 맛을 보거나 냄새만 맡아도 수명이 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승재 포스텍 교수(생명과학과·사진)팀은 맛과 냄새를 감지하는 감각신경세포가 자극을 받아 활발하게 작용하면 체내의 인슐린 유사물질이 늘어나 몸 전체의 노화를 촉진하고 수명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노화 연구에 많이 쓰이는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해 감각신경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과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예쁜꼬마선충은 생체구조가 단순하고 수명이 3주로 짧은 데다 노화를 조절하는 유전자가 포유동물과 같아 노화 연구에 중요하게 쓰인다. 예쁜꼬마선충의 경우 환경요인을 감지하는 감각신경계가 수명을 50%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알려졌지만, 감각신경세포가 어떤 요인에 반응해 수명에 영향을 주는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의 먹이인 대장균에서 감각신경에 자극을 주는 화학물질을 추출해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맛과 냄새를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INS-6'라고 하는 인슐린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 호르몬은 수명연장에 관여하는 'FOXO' 인자의 활동을 둔화시켜 체내 다른 부위에 신호를 보내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빛을 통해 특정 감각신경계의 활성에 영향을 주는 '광유전학' 기술을 사용한 자극으로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는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노화와 수명조절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음식의 영양분이 아닌 냄새와 맛 자체가 수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것"이라며 "이 연구가 향후 노화와 수명조절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생명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진스앤디벨롭먼트(Genes and Development)' 최신호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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