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 유리한 LGU+견제 포석
SKT·KT '승자의 저주' 경계
2.1㎓대역 C블록 관심밖 밀려
5개블록 넓은 선택폭도 한몫
이통3사 수싸움 치열해질듯
SKT·KT '승자의 저주' 경계
2.1㎓대역 C블록 관심밖 밀려
5개블록 넓은 선택폭도 한몫
이통3사 수싸움 치열해질듯
김민수기자 ultrartist@
'주파수 경매전' 첫날 표정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 전쟁이 시작됐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 2.1㎓ 대신 2.6㎓ 주파수 대역에 3000억원 가까운 금액을 베팅하는 등 처음부터 '머리 싸움'이 치열하다. 이번 주파수 경매는 역대 최다인 5개 주파수 블록이 매물로 나와 업체들 선택지가 넓어지며,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달 29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시작한 주파수 경매 첫날 입찰 승부는 2.6㎓에 쏠렸다.
이번 주파수 경매에는 700㎒ 대역 40㎒ 폭(A블록), 1.8㎓ 대역 20㎒ 폭(B블록), 2.1㎓ 대역 20㎒ 폭(C블록), 2.6㎓ 대역 40㎒폭(D블록)과 20㎒폭(E블록) 등 총 4개 대역 140㎒ 폭 주파수가 매물로 나왔다.
첫날 이통 3사는 오직 2.6㎓ D블록에서만 치열한 입찰경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D블록 경매 시작가격은 6553억원였지만, 하루 경매 7라운드만에 9500억원까지 무려 2947억원이나 치솟았다. 다른 블록들은 입찰자가 소극적으로 시작 가격을 써냈거나, 아예 없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경매 시작 전부터 가장 관심을 모았고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던 2.1㎓ 대역 C블록에선 경쟁이 시작되지 않았다. C블록은 이통 3사 모두 20㎒ 폭을 낙찰받으면 기존에 쓰던 주파수와 합쳐 이동통신 서비스 속도와 용량을 배로 높일 수 있어, 이번 주파수 경매의 가장 치열한 접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초반전은 D블록에 집중됐다. D블록의 경우, 이미 2.6㎓ 대역에 기지국을 구축한 LG유플러스가 확보하면 적은 추가 투자로 속도와 용량을 확장할 수 있지만, SK텔레콤과 KT는 이 대역 주파수를 낙찰받으면 기지국을 완전히 새로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경매 원칙은 1개 사업자가 반드시 1개의 광대역 주파수(40㎒ 이상)만 낙찰받을 수 있어, 실제 필요하지 않은 주파수 가격을 올렸다가 덜컥 낙찰받으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첫날 3사의 D블록 접전은 의외라는 평가다. 2.6㎓ 낙찰시 유리한 LG유플러스를 견제하기 위해 KT와 SK텔레콤이 초반 견제구를 던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통 3사는 가장 효율적인 2.1㎓ C블록 확보 실패 시 '플랜B'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남은 경매 7일 동안 전략 입찰을 벌일 전망이다. 필요한 주파수를 확보하고, 경쟁사가 낮은 가격에 원하는 주파수를 가져가는 것을 방해하는 수싸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파수 경매의 가장 큰 특징은, 역대 최다인 5개 주파수 매물이 나와 이통사의 경우의 수가 훨씬 많고 복잡해졌다는 점이다. 이는 LTE 시장 초기 국제표준이었던 1.8㎓ 대역이라는 명확한 정답지가 있었던 지난 2011년과 2013년 경매와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3사가 첫날 탐색전을 진행한 만큼, 앞으로는 어느 한 대역에 집중하기보다는 최적의 주파수 용량을 확보하기 위해 5개 블록을 넘나들며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주파수를 묶어 속도와 용량을 높이는 캐리어애그리게이션(CA) 기술이 진화하면서 이통사의 선택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어떤' 주파수 대역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했지만, 이젠 5세대(G) 통신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주파수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경매 매물 5개 블록 전체에서 이통3사 수요가 겹친다고 업계와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국내 한 교수는 "미래부의 경매 설계를 볼 때, 5개 블록 매물이 모두 팔릴 수 있도록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통사는 저대역과 고대역이 조화를 이룬 주파수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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