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AI(인공지능) 육성 ‘마스터 플랜’ 없는 미래부](http://contents.dt.co.kr/images/201604/2016042902102351607001[1].jpg "[시론] AI(인공지능) 육성 ‘마스터 플랜’ 없는 미래부")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의 대결은 조금 과장하면 월드컵 4강 만큼이나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제 나라의 모든 입 가진 사람들은 무엇이든 알파고와 연관지어 언급하는 버릇이 생긴 듯 하다. 아직도 행사마다 인공지능에 관한 발표와 세미나로 인공지능이나 뇌과학자들의 때 아닌 호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열기를 보고 이때다 싶었는지 미래과학부는 민간기업의 자본금으로 '한국형 알파고'를 키울 소위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정부는 해마다 2000억원씩 5년간 1조원의 예산을 투여하고 2조 5000억 이상의 민간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엄청난 계획을 발표했다. 필자는 인공지능의 반향이 뜨겁자 총선을 앞둔 선거 공약(空約)으로 알았다. 그런데 대통령과 미래부 장관이 나서서 이를 점차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계획은 그 내용이나 절차 모두 지극히 급조된 부실하기 이를 때 없어서 차마 정책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우선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와 열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IBM, Google, Amazon 등 굴지의 글로벌 IT 및 인터넷기업은 차지하고라도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투자열기는 2010년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2012년에 5200만달러에 20건의 인공지능 관련 창업투자가 2013년에는 1억410만달러로 2.7배 증가했으며 2014년에는 다시 2.7배 급성장했다. 이러한 동향을 알았다면 미래의 먹거리를 IT를 통해 창출하겠다는 미래부는 이미 장기적인 IT 육성계획에 인공지능이 들어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런 계획도 마스터플랜도 없던 미래부가 며칠만에 수조원의 재정투자계획을 발표했다는 것은 정책개발능력이나 정보수집능력도 결핍하고 있는지를 자백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설혹 이 기술이 미래에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가 모든 기술에서 일등을 하고 투자육성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운영체제시스템은 지금의 스마트폰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필수적인 기술이다. 그런데 구글이 개발한 안드로이드를 이용해서 우리나라의 휴대폰 제조회사들은 막대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반면 그것을 자체개발하겠다고 나섰던 노키아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실 정부는 지금까지 이러한 시스템소프트웨어 기술은 물론 통신기반기술인 와이파이에 대응하는 국산와이브로(Wibro)를 세계표준화 하겠다고 했으나 어느 것 하나 성공하지 못하고, 와이브로가 장착되지 않은 스마트폰의 수입을 금지해 자칫했으면 스마트폰의 기회를 다 날릴뻔한 우를 범한 적이 있다. 그런 아무런 구체적인 전략도 계획도 없이 외국에 뒤져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훗날 결과를 맺을 것"이라는 어이없는 낙관론에 입각한 묻지마투자를 하겠다고 한다.
제4차산업혁명은 기술의 발전주기가 워낙 빨라서 유행어가 되고 나서 하는 투자로는 기회를 잡기는 어렵다. 그런데 글로벌기업들이 천문학적 투자를 하고 그 결과를 자랑하는 흥행행사를 보고나서 이제 투자계획을 시작해서 어떻게 따라잡을지도 의문이지만 이를 시행하는 방법이 지극히 정부중심의 고전 근대적인 관치 경제의 나쁜 버릇을 재현하고 있다. 경쟁회사들이 모여서 공동연구소를 만들어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 경쟁회사들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을 경쟁사 직원들이 있는 연구소에 내어놓고 연구할 리가 없다. 정부가 참여할 것으로 발표한 기업들은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로 기술력이나 투자여력이 없는 곳들도 아니다. 이들에게 300억원은 큰 돈도 아니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지도 않다. 이들 대기업은 시장만 있으면 정부가 하지 말라고 해도 투자를 할 여력과 기술력이 있는 기업들이다. 결국 투자생색은 공무원과 정부가 내고 돈은 대기업에게 전가하는 전형적인 관치경제의 또 한번의 사례일 뿐이다.
미래부는 이렇게 투자금액과 민관협력연구소를 설립하겠다는 구체적인 발표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시대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결국 마스터 플랜도 없는데 투자계획부터 확정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국회마저 기술과 과학에 관한 투자라면 의문을 달지 않는 성역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과연 정부가 주도해서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지, 왜 다른 나라들처럼 민간자율에 의해 발전하게 두지 않으면 안되는지, 정부 공무원들이 개입하면 연구성과가 더 좋아지는지, 왜 연구성과가 부진해서 대통령이 컨트롤타워를 다시 만들겠다는 정부 주도연구소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하는지 정책연구부터 하고, 그에 입각한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나서 투자발표를 하는 것이 정도다.
일을 거꾸로 해도 너무 거꾸로다. 이런 정책 수준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가 없다. 제발 숙제가 끝날 때까지 미래부와 대통령은 인공지능 투자계획 혹시나 해서 총선용 공약(空約) 써먹은 것으로 남겨둬야한다. 경기침체와 늘어나는 복지재정을 생각하면 국가재정 그렇게 묻지마 투자할 수 있는 여유 있는 나라가 아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KAIST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