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신차 교환·환불 레몬법, 국내 도입 가능할까
동일고장 반복되면 환불 필수
1975년 미국 전역 제정 · 시행
국내선 결함 발생해도 수리만
정부, 국내환경 고려 입법추진
동일고장 반복되면 환불 필수
1975년 미국 전역 제정 · 시행
국내선 결함 발생해도 수리만
정부, 국내환경 고려 입법추진
지난 26일 국토교통부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수입·판매한 투아렉, 티구안, Q5 자동차에서 브레이크페달·사이드에어백 불량이 발견돼 시정조치(리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문제가 된 차량을 보유한 소유자는 수입·판매사의 서비스센터에서 무상으로 부품 점검과 교환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신차에 문제가 있을 경우 시행되는 리콜 등 보상제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수천만원 짜리 자동차, 문제 있어도 환불 안돼=우리나라는 자동차 제작결함을 발견할 경우 리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리콜 제도는 자동차가 안전기준에 부적합하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는 경우 자동차 제작·조립·수입·판매사가 그 결함 사실을 소유자에게 통보하고 수리·교환·환불 등의 시정조치를 해 자동차 안전사고와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구입하려면 최소 1000만∼2000만원이라는 큰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가전제품의 경우 고장이 발생하면 무상 수리는 물론 교환·환불까지 가능하지만 거액을 주고 구입한 새 자동차는 잦은 고장이 발생해도 무상 수리나 부품 교환만 해줄 뿐 새 차로 바꿔주거나 환불을 해주지 않습니다.
자동차의 주행과 안전도와 관련 중대한 결함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보호법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 해결기준 고시에 따라 교환 또는 환불을 해줘야 하지만 권고사항일 뿐 강제사항이 아닙니다. 따라서 자동차에서 중대한 결함이 자주 발생해도 수리만 해줄 뿐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국토부, 자동차관리법 개정해 교환·환불 허용 추진=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연초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동일한 결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신차에 대한 교환·환불과 보상기준을 마련하고, 하반기 자동차관리법 개정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자동차의 엔진 등 주요 장치와 원동기, 변속기, 구동축 등에서 잦은 고장이 반복해서 발생할 경우 교환이나 환불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잦은 고장에 따른 신차의 교환·환불제도는 미국에서 먼저 도입됐습니다. 1975년 미국에서는 '레몬법(Lemon Law)'이 제정돼 전역에서 시행됐습니다. 미국에서 레몬은 겉과 속이 다른 대표적인 과일로 매력이 없거나 결함이 있다는 뜻이 있습니다. 레몬은 보기에 향기는 좋지만 신맛이 나는 특징을 갖고 있어 새 차를 산 후 잦은 고장을 발생하는 차량에 붙여졌습니다. 주마다 규정은 다르지만 보통 새 차 구입 후 1년 또는 1만2000마일 미만 차량에서 동일한 결함이 4회 발생하면 레몬차로 간주하고, 소유자의 요구에 따라 차량 제작사는 반드시 교환이나 환불을 해줘야 합니다.
◇국토부, 교통안전공단 통해 레몬법 방안 연구=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과 조원진 의원이 한국판 레몬법 도입을 위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신차 인도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중대한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하거나 차량인도일로부터 1년 이내에 중대한 결함과 관련된 수리기간을 합해 모두 30일을 초과할 경우 자동차 제작사와 판매사는 교환·환불을 해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19대 국회의 회기가 종료됨에 따라 법 개정은 20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레몬법은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교통안전공단을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중대결함의 정의부터 새 차 구입 후 고장 발생 기간과 반복 횟수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정부의 레몬법 추진에 대해 소비자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제작사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부품 수리나 교환으로 충분했는데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하면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재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는 레몬법에 따라 잦은 고장을 내는 차량을 성실히 교환 또는 환불해주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하루빨리 레몬법이 도입돼 신차 구입 후 잦은 고장으로 애를 먹는 국내 소비자들이 다른 새 차로 교환받거나 환불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허우영기자 y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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