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은 최근 양성자 치료기의 시범운영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나선다고 28일 밝혔다.
양성자 치료는 수소 원자의 핵을 구성하는 양성자를 빛의 60%에 달하는 속도로 가속시킨 뒤 환자 몸에 쏘아 암 조직을 파괴하는 최신 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은 기존 방사선 치료와 달리 '브래그 피크'라고 부르는 특성 덕분에 암 세포 외에 다른 정상 조직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브래그피크는 양성자의 고유한 특성으로, 양성자빔이 인체 내의 정상 조직을 투과해 암 조직에 도달하는 순간 막대한 양의 방사선 에너지를 쏟아 부어 암 세포를 죽이고, 그 이후로는 방사선 에너지가 급격히 사라진다. 이 때문에 양성자 치료는 폐암, 간암, 뇌종양, 두경부암 등 방사선 치료가 필요한 모든 암종에서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치료 효과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 암의 경우 양성자 치료가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희귀암 중 하나인 '척색종'은 중추신경에 근접해 있어서 수술도 어렵고 기존 방사선에 저항성이 강하지만, 양성자 치료를 이용하면 약 70∼80% 이상의 치료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또 소아암 환자의 경우 완치 후 생존기간이 긴 만큼 방사선에 노출된 다른 부위에서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양성자 치료는 이런 부담을 덜고 성장에 미치는 악영향도 최소화 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보유한 양성자 치료기는 일본의 아이자와 병원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초고속 라인스캐닝' 방식의 치료법을 채택했다. 라인스캐닝 방식이란 양성자 빔을 치료목표 종양 부위를 선을 쌓듯 쏘는 방식으로, 기존의 점을 찍는 방식에 비해 누락이나 중첩 부위가 발생하지 않아 더욱 정교하고 빠른 치료가 가능하다. 이밖에 암의 모양에 따라 양성자빔을 수십 개로 나눠 방사선량을 달리해 쏠 수 있는 최신형 세기조절 기능인 'IMPT'와 몸 소 암의 위치를 3차원 영상정보를 통해 찾아내는 '콘빔CT', 환자의 호흡에 맞춰 양성자를 쏘는 '호흡동조시스템', 환자 위치를 0.1㎜ 단위로 자동 교정하는 '로봇 치료대' 등 최신 기능을 탑재했다.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는 본관 정문 건너편 지상 6층, 지하 4층, 연면적 1만4443㎡에 달하는 별도 건물에 위치한다. 높이 10m, 무게 170톤에 달하는 양성자 치료기 2기를 비롯해 진료실과 치료실, 컴퓨터단층촬영(CT) 모의치료실, 마취회복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실 등을 따로 마련해 독립적인 진료환경을 갖췄다. 센터에서는 중증 암환자를 위한 운동, 영양, 심리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웰니스 프로그램도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올 하반기에 최첨단 선형가속기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술에서부터 항암, 방사선치료에 이르기까지 현존하는 암 치료법을 모두 갖춘 삼성서울병원은 2008년 암병원 설립 이후 다시 한 번 획기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은 "학문적 융복합의 결정체인 양성자 치료기는 암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자를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치료 후 삶까지 입체적이고 포괄적 방식으로 접근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