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조선 구조조정, 엔지니어링 육성에 달렸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4/2016042802102351607001[1].jpg "[시론] 조선 구조조정, 엔지니어링 육성에 달렸다")
한국의 수출이 2015년 1월부터 사상 최장기인 14개월째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 산업의 주역이었던 조선업과 해운업의 구조조정과 그로 인한 고용감소가 연일 경제면의 가장 큰 뉴스가 되고 있다. 한국 산업 전체에서 조선산업의 위상이 막중한 만큼 구조조정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느냐에 따라 한국의 성장, 수출 및 고용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그 구조조정은 금융기관 채무조정뿐 아니라 조선업의 중장기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고급엔지니어 인력 육성에 초점을 둬 진행해야 한다.
조선산업은 2009년 수출 1위, 2011년까지 수출 기여도 10% 이상을 차지해 오며 상품 수지의 흑자를 기록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 그 고용유발 효과 또한 12.0으로, 자동차 10.7, 반도체 4.3, 석유제품 1.3 등 어느 산업보다도 가장 높다. 다시 말해 조선 산업에서 10억원의 생산이 이뤄지면 12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게 된다는 얘기다. 반면, 반도체와 석유제품은 2013년 수출 1, 2위이지만, 고용효과 면에서는 그 둘을 합해도 조선 산업의 1/2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높은 고용창출 효과 덕분에 조선 산업 종사자는 1990년 5만4090명에서 2012년 15만3929명으로 3배로 증가했고, 구조조정을 앞두고 정부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하려는 것도 대량실직을 우려한 때문이다.
과거 한국 조선 산업은 대형컨테이너선 건조 엔지니어링 역량에서 일본을 능가해, 세계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저인건비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축적하여 위협해오자, 한국은 특수선박, 소위 FPSO를 건조하면서 격차를 만들려 했지만 사정은 녹록치 않았다. 왜냐하면 한국의 특수 선박 건조 경쟁력은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만들어 준 선박의 특수시설 엔지니어링 설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FPSO를 수주해도, 그 50~60%는 관련 엔지니어링, 기자재 등을 소유한 선진국이 차지하고, 국내 조선사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4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업은 2013년 수출 4위(수출 기여도 6.6%)로 밀려난 이래, 현재 조선 수주 잔량의 급감으로 그 수출 기여도가 제로로 수렴해 가고 있다.
국가의 자원이 투입되는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은 제조기술의 경쟁력 기반 강화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성공하려면, 2단계 계획이 필요하다. 1단계는 현재의 엔지니어링 역량으로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창출하는 것, 즉, 일본보다 높은 인건비 부담을 줄여 선박 건조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2단계는 FPSO와 같은 특수선박을 제조하기 위해 선진국에서 수입하는 엔지니어링 역량을 어떻게 자체적으로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중장기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반드시 유명 공과대학에서의 혁신적인 엔지니어링 인력 육성 시책과 연계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2단계 전략이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핵심사항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조선업의 부흥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논의 중인 조선산업 구조조정에서는 위의 1단계-채무조정을 진행하는데 있어 근로자의 인건비 인하-만이 논의되고 있을 뿐, 2단계 계획, 즉 현재 한국조선 산업이 지속성장하는데 필요한 핵심 경쟁력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빠져 있다.
금융기관의 채무조정이 주를 이루다 보니, 현재의 구조조정에는 금융위, 기재부, 산업부가 핵심을 이루고 있지만, 위의 2단계 전략을 위해서는 교육부와 미래부를 반드시 끌어들여 조선산업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핵심 인력 수급계획의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만일 관련 공과대학의 혁신을 통해 적절한 고급 엔지니어들의 수급이 순조로이 이뤄진다면 이는 비단 조선업의 장기적 성공 뿐 아니라 많은 다른 관련 분야들, 이를테면 건설업, 기계산업, 화공, 등 제조업 경쟁력 뿐 아니라, 공과대학을 선두로 우리 대학교육의 수준 또한 끌어올리는 교육 개혁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구조조정은 언제나 괴롭고 힘들다. 그러나 고난도의 정책적 전략을 잘 짜고 실행해 나간다면 투입되는 노력대비 높은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지금의 조선업 위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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