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부는 4월, 게임업계에 사회공헌 훈풍이 불고 있다. 이들은 게임 시장을 넘어 사회에 변화를 몰고 올 프로젝트를 속속 공개하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는데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NHN엔터테인먼트·라이엇게임즈 등은 최근 의료·고용·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굵직굵직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이미지 개선을 꾀하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NHN엔터테인먼트다. 이 회사는 지난 7일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장애인 표준사업장 'NHN굿프렌즈'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는 판교테크노밸리 기업 중 첫 번째 장애인 표준 사업장으로 업계 주목을 샀다. 특히 회사는 사회적 기업에서 근무했던 10명의 중증 장애인들을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했다. 이들은 약 4주 간 준비 기간을 거쳐 NHN엔터 사내 카페에서 직원과 방문객을 위해 커피와 음료 등을 제조하는 바리스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NHN엔터는 장애 직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전용 터치스크린과 진동벨을 설치했으며, 카페 운영 시간을 늘리는 등 사업장 정착에 힘쓰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 '빅3' 중 하나인 넥슨은 국내 최초로 의료, 사회 직업 재활을 연계한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을 여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이 회사는 비영리재단인 푸르메재단과 손잡고, 병원 건립과 초기 운영에 필요한 440억원 중 절반인 200억원을 기부해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28일 정식 개원했다. 이 병원은 재활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소아건강정신과, 치과 등 4개 진료과와 재활치료센터(물리, 작업, 언어치료 등)를 비롯해 수영장, 문화교실, 직업재활센터, 어린이도서관, 열린예술치료실, 다목적홀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장애어린이는 물론 비장애 어린이를 포함한 지역주민까지 하루 500명, 연간 15만명이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지상 7층 지하 3층(연면적18,557.73㎡, 약 5,560평) 규모로 입원 병상 91개, 낮 병상 40개로 운영된다.
문화유산 보호에도 게임업체의 손길이 닿고 있다. 외국계 업체 라이엇 게임즈는 26일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복원의 후원기업으로 참여키로 했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은 1889년부터 16년간 대한제국의 대미 외교를 위해 쓰였던 건물로, 개인이 소유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우리 정부가 재매입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대한제국 시절 외국에 설치한 공관 중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당시 공사관 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라이엇게임즈는 지난 2012년 당시 문화재청과의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을 위한 후원 약정을 통해 전달했던 기금 중 총 5억원을 이번 프로젝트에 투입한다. 이번 활용사업으로 공사관은 1889년 건립 당시와 흡사하게 재현되며, 라이엇 게임즈의 기부금은 건물 3층에 마련될 전시공간 조성에 쓰일 예정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부터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를 비롯해 서울문묘와 성균관, 주요 서원에 대한 3차원(D) 정밀측량 사업 지원, 조선왕릉 관리 보존 지원 등의 우리 문화재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게임업체의 사회공헌으로 게임 이미지 변화를 이끌어낼지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일부에서는 게임을 사회악으로 규정하는 시각이 존재한다"며 "게임업체들이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고, 게임의 긍정적 효과를 높이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채희기자 poof34@dt.co.kr
(위부터) NHN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NHN굿프렌즈'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바리스타 직원들. 넥슨과 푸르메재단의 통합형 어린이재활병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외관. 라이엇 게임즈가 복원 사업을 후원하는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외관 그림. <각사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