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정부 관리부족"지적
정부 화학물질 관리 제도의 허점이 가습기 살균제 사고를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피해자 측과 전문가들은 화학물질에 대한 정부관리 부족을 문제 삼고, 검찰이 민간 제조·유통업체에 이어 정부 대응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도 조사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된 화학물질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나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를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예견됐음에도 정부가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PHMG의 경우 공급업체인 SK케미칼이 2003년 호주 수출 과정에서 이 물질을 호흡기로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현지 정부에 제출했고, 국내 제조사에도 흡입 경고 문구가 담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제공했다.
PGH는 2003년 수입업체가 환경부에 제출한 화학물질 유해성 심사 신청서에 스프레이 혹은 에어로졸 형태로 환경에 배출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물질에 대한 경구(섭취) 독성실험만 이뤄졌을 뿐 흡입 독성실험은 이뤄지지 않았다.
용도 변경에 따른 유해성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건축용 살균제 등으로 사용되던 물질이 국내에서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됐지만, 당시에 관련 규정이 없어 아무 제재 없이 제품으로 출시됐다는 것이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PGH에 대한 유해성 심사 당시 당국이 흡입 독성실험도 하도록 했어야 한다"며 "유해성 심사 단계에서 흡입 위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가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공동대표는 "새로운 제품이 개발되면 안전 테스트를 거쳐야 하지만 사람이 흡입하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버젓이 사용되는데 아무런 규정이 없었다"며 "마땅히 관리대상 품목이 돼야 했지만 17년간 가습기 살균제가 전국에서 판매됐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측은 제조사뿐만 아니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정부 상대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제품 제조와 출시, 유통 과정에 국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정부로서도 아쉽고 도의적으로 피해를 막지 못한 부분에 대해 할 말이 없지만 당시 제도상으로는 유해성을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업계는 정부의 제도를 따랐음에도 생긴 문제인 만큼 억울하다는 입장도 내비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해진 기준을 지키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전적으로 기업 책임이지만 법적 기준이나 제도가 미비해서 발생한 일에 대해서는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박미영기자 mypark@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피해자 측과 전문가들은 화학물질에 대한 정부관리 부족을 문제 삼고, 검찰이 민간 제조·유통업체에 이어 정부 대응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도 조사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된 화학물질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나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를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예견됐음에도 정부가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PHMG의 경우 공급업체인 SK케미칼이 2003년 호주 수출 과정에서 이 물질을 호흡기로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현지 정부에 제출했고, 국내 제조사에도 흡입 경고 문구가 담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제공했다.
PGH는 2003년 수입업체가 환경부에 제출한 화학물질 유해성 심사 신청서에 스프레이 혹은 에어로졸 형태로 환경에 배출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물질에 대한 경구(섭취) 독성실험만 이뤄졌을 뿐 흡입 독성실험은 이뤄지지 않았다.
용도 변경에 따른 유해성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건축용 살균제 등으로 사용되던 물질이 국내에서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됐지만, 당시에 관련 규정이 없어 아무 제재 없이 제품으로 출시됐다는 것이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PGH에 대한 유해성 심사 당시 당국이 흡입 독성실험도 하도록 했어야 한다"며 "유해성 심사 단계에서 흡입 위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가에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공동대표는 "새로운 제품이 개발되면 안전 테스트를 거쳐야 하지만 사람이 흡입하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버젓이 사용되는데 아무런 규정이 없었다"며 "마땅히 관리대상 품목이 돼야 했지만 17년간 가습기 살균제가 전국에서 판매됐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측은 제조사뿐만 아니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정부 상대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제품 제조와 출시, 유통 과정에 국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항소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정부로서도 아쉽고 도의적으로 피해를 막지 못한 부분에 대해 할 말이 없지만 당시 제도상으로는 유해성을 파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업계는 정부의 제도를 따랐음에도 생긴 문제인 만큼 억울하다는 입장도 내비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해진 기준을 지키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전적으로 기업 책임이지만 법적 기준이나 제도가 미비해서 발생한 일에 대해서는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박미영기자 m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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