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전기차, ‘오픈 플랫폼 전략’으로 가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604/2016041902102351607001[1].jpg "[시론] 전기차, ‘오픈 플랫폼 전략’으로 가자")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언뜻 들으면 유전학과 관련된 문제 같기도 하고, 철학 문제처럼 들리기도 한다. 물론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갑론을박 거리로 여겨질 만큼 하나의 난제(難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필자는 위의 문제의 닭과 달걀을 다른 명사로 바꿔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먼저인가, 주유소를 짓는 것이 먼저인가?"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을 하기 전에, 인프라(Infrastructure)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산업 측면에서 인프라란 생산의 기반을 형성하는 주요한 구조물, 즉 사회적 생산 기반이라 할 수 있다. 즉 도로, 공항, 전기, 통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인프라가 구축이 되어 있어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렇다면, 앞선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 보자. 자동차가 생산되려는 기반, 즉 인프라에는 주유소, 도로, GPS, 신호체계 등이 있을 수 있다. 즉, 주유소는 자동차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지금까지 완전한 전기차가 출시되지 못했던, 혹은 시도하지 못했던 이유다.
기존의 자동차는 가솔린, 디젤 등 화석 연료를 사용한 방식이었으며, 최근 기후 문제 등으로 화석 연료와 전기 자동차를 합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인기를 얻었으며, 특히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실제로 미국의 대부분의 택시는 프리우스다. 물론 완전한 전기자동차인 벤츠 스마트포투, 레이 전기차 등 국내외 전기차들도 있다. 하지만 이 자동차들은 상용화되긴 어려웠다.
그 이유는 앞선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인프라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차가 도로 한 가운데서 선다면? 긴급 출동 서비스가 온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견인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것이다.
즉, 상용화되기엔 어려운 이유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최고속도가 낮아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을 즐기는 카매니아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이렇게 전기차는 인프라의 구성에 대한 초안이나 계획 없이는 생산자들을 자극할 수 있는 이점이 없었다. 물론 환경문제라는 측면은 있었을지 모르나, 본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자동차 기업에게 이윤보다 환경을 먼저 생각하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넌센스일지도 모른다.
2003년, 테슬라모터스는 이러한 넌센스와 부족한 인프라 속에서 창립됐다. 테슬라모터스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해외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Paypal) 공동 창업자였다. 그는 페이팔로 번 돈과 투자를 받은 돈 모두를 테슬라모터스와 스페이스X라고 불리는 우주 여행 스타트업을 시작하는데 사용했다.
그리고 2008년, 그는 전기스포츠카인 로드스터를 만들었다. 로드스터는 한 번 충전에 395km를 갈 수 있는 연비와 속도를 개선했다. 그 뒤 프리미엄 세단 모델 S, SUV 모델인 모델 X 등을 계속해서 개발하며 판매고를 늘리고 있다. 그들은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했는가?
현대 산업에서 기업에게 중요한 것을 몇 가지 꼽으라고 한다면, 자산, 제품 등을 꼽을 수 있겠지만, 몇 년 전,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에서도 보았듯이 자산과 제품 모두에 영향을 크게 끼치는 요소로 특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테슬라는 슈퍼차저라는 전기차를 충전하는 고유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 특허를 과감하게 무상으로 공개했다.
그들이 이 특허를 무상으로 공개한 이유는 부족한 인프라의 해결을 위한 것이었다. 테슬라모터스의 CEO 일론 머스크가 아무리 페이팔로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도,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세울 순 없다. 그래서 그는 특허를 개방하고, 인프라를 다른 회사와 함께 넓혀가는 이른바 개방형 플랫폼 전략을 사용한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개방은 미국내의 전기자동차 인프라가 확충되는 데 큰 영향을 줬으며, 전기자동차 시장 자체가 커져 테슬라모터스에게 궁극적으로 이익이 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이런 테슬라모터스가 한국을 대상으로 모델 3를 예약판매하기 시작했다. 벌써 예약했다는 소위 인증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한국에서는 모델 S와 모델 X도 추후 판매할 예정임을 밝히며 국내의 열악했던 전기차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테슬라모터스가 보여준 전기차 시장에서의 오픈 플랫폼 전략이 국내에서도 계속된다면, 오히려 그동안 열악했던 국내 전기차 인프라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국내 자동차 기업이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제2의 테슬라와 같은 회사가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도 나올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하는 바람직한 현상일 것이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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