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옥 칼럼] 인터넷은행마저 `용두사미`되나](http://contents.dt.co.kr/images/201604/2016041802102258699001[1].jpg "[한민옥 칼럼] 인터넷은행마저 `용두사미`되나")
인터넷전문은행을 어떻게 보느냐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은행업 진출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어떤 사람은 은행권 최대의 위기로 본다. 그런가 하면 핀테크 열풍을 타고 스쳐지나갈 한때 유행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인터넷은행을 '금융개혁'의 상징으로 본다.
한국은 금융 후진국이다. 세계경제포럼(WEF)·국제통화기금(IMF) 등 평가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한국 금융산업이 제조업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런 금융산업을 획기적으로 바꿔보자고 추진하는 게 금융개혁이고, 그 핵심 과제 중 하나가 인터넷은행의 도입이다.
더욱이 정부가 금융개혁을 추진한 지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성과가 부족하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신제윤 초대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우리금융 민영화 △금융감독체계 개편 △정책금융개편 등 4대 개혁을 추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나마 임종룡 현 금융위원장 취임 후 금융회사 및 시장과의 소통 강화, 불합리한 그림자규제 개선, 금융업권별 상품 비교 공시, 계좌이동제 시행,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 등 일부 성과가 나타났으나 금융산업을 바꿀 획기적인 개혁으로 보기는 미흡하다.
금융산업의 최대 병폐인 관치도 여전하다. 세월호 참사 후 주춤하던 금융권 낙하산 인사는 최근 총선 국면을 틈타 빠르게 부활하고 있다.
금융개혁이 모두 '용두사미'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터넷은행만은 꼭 성공하길 바란다.
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성공은커녕 좌초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싶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가운데, 인수합병(M&A) 등으로 인터넷은행 내 주주사 이탈이 불가피해졌다. 전산시스템 구축은 차질을 빚고 있고, 조만간 선정 작업을 시작할 초대 행장을 두고도 벌써부터 말이 많다.
주주사 이탈이나 전산시스템 구축 차질은 인터넷은행 내부의 문제로 차치하더라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 실패나 초대 행장 선정 잡음은 전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금융당국은 은행법 개정을 전제로 인터넷은행을 선정했다. 은행법 개정안은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은행 의결권지분 확대 허용이 핵심이다. 이를 전제로 KT·카카오 등 ICT 기업이 인터넷은행에 참여했다.
하지만 야당의 강력한 반대로 19대 국회에서 은행법 개정안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20대 국회는 '여소야대'다.
이쯤되면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 '플랜B'(입법이 필요없는 방안)를 내놔야 하지 않을까. 설마 플랜B도 없이 금융개혁의 성과를 위해 일단 인터넷은행부터 선정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금융당국이 은행법 개정만 바라보고 있으니 인터넷은행까지 관치하려 한다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현 상태라면 인터넷은행은 자연스럽게 관치의 휘하에 들어온다. 은산분리 규제에 묶여 ICT 기업은 인터넷은행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없다. 대신 기존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다. 행장은 물론 임원 역시 금융권 인사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현 은행법은 은행 임원 자격을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남은 19대 국회에서 은행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플랜B를 가동해라. 없다면 이제라도 만들어라. 인터넷은행마저 '용두사미'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권도 생각을 바꿀 때다. 이미 ICT가 경제·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은 마당에 은산분리 규제는 구시대의 유물일 뿐이다.
한민옥 금융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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