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의료 네트워크’ 구축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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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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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의료 네트워크’ 구축 시급하다
김성수 연세의료원 의료정보실장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의료정보 및 지식 공유 수단의 발전 속도도 괄목할 정도다. 2000년 이전 인터넷이 일반적이지 않을 때에는 병원간, 의료인 간에 충분한 전문 정보 교류가 이뤄지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직접 만나서 '학회행사(Conference)'를 하거나 국제 우편이나 팩스를 보내는 등의 방법을 이용했다.

필자도 1990년대 초반 의학논문을 쓰기 위해 참조 논문을 찾으려면 1년 1번 나오는 MedicusIndecus라는 두꺼운 참조문헌집을 뒤져야만 했고 1993년 의과대학 도서관에 설치된 MEDLINE이라는 컴퓨터 기반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CD를 바꿔가며 참고자료 제목을 찾아야만 했다. 작성된 논문을 국제우편으로 미국에 보내면 1달, 답장이 돌아오는데 1달 걸리는데 그 사이 비슷한 논문이 발표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1996년 PubMed 의료정보검색 시작, 1998년 구글의 등장, 전자우편의 활성화가 이뤄지면서 글로벌 정보 공유가 활발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서비스는 급격한 발전을 이루기 시작했다. 즉 의료정보 및 생명공학지식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이를 활용한 의료서비스의 국제간 격차가 좁혀지고 대한민국 의료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하게 된 원동력이다.

대한민국 의료서비스 선진화를 이끈 가장 중요한 동력은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등장한 초대형 의료기관과 의과대학의 치열한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국가에서 지정한 상급종합병원은 수준을 유지하고 경쟁 병원과의 차별화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더욱 더 안전한, 보다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각 대형병원 단독의 배타적인 투자와 자원 활용에는 한계가 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2016년 올해는 대한민국 전체의 의료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과감한 발상의 전환과 자원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상급종합병원과 개인 의원이 같은 난이도의 환자(경증)를 경쟁하면서 유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정부차원에서 경증환자는 1차 의료기관에서 그리고 1차 의료기관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환자는 진료의뢰시스템을 통해 상급의료기관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소비자인 환자입장에서는 가능한 좋은 시설에서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는 대학교수에게 진료받기를 원할 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접근성을 나쁘게 만드는 것(높은 진료비 등)만이 능사는 아니다.



역발상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기초 작업이 진료정보의 공유와 의료서비스 표준화 프로토콜의 확립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의료전달 시스템은 단순히 1차 의료기관에서 상급의료기관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환자를 보내는데 집중되어 있다. 난이도 높은 질환의 환자도 어느 정도 급한 문제가 해결된다면 1차 의료기관에서 관리할 수 있는 상태가 되지만 한번 대형병원으로 보내진 환자는 그대로 상급종합병원에 남아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술 후 상태가 안정된 환자는 보통 1년 1번 추적관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환자들도 다른 불편한 문제가 발생하면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온다. 물론 대한민국의 좁은 면적과 좋은 접근성으로 인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차 의료기관이 보다 편리하고 보다 높은 수준의 만족스러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보건복지부 주도하에 이를 위한 진료정보, 영상정보, 투약정보의 공유 사업이 진행되어 왔고 이를 본격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어느 정도 표준에 대한 준비도 만들어지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솔루션도 개발되어 있다. 필자도 이와 관련된 사업에 관계하고 있으며 이를 더욱더 확산 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안에 어느 정도 진료정보를 실시간으로 상급종합병원과 1-2차 의료기관이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가 지속적인 진료를 1-2차 의료기관에서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직 확실히 부족한 것은 의료소비자인 국민들과 의료서비스 제공자 들이 얻게 되는 이득(인센티브)이다. 되회송과 의료기관간 협동 진료가 이루어지는 경우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이와 관련된 수가를 받고 1-2차 의료기관은 진료 수익이 증가하는 인센티브를 얻는다고 하지만 이에 참여하는 환자가 누리는 특혜는 아직 현실적이지 못하다.

진료정보의 공유는 물론 이를 활용해 일관된 진료가 가능하도록 의료기관 간 진료프로토콜(Clinical Pathway)가 확립돼야만 한다. 전체 질환 군을 모두 여기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를 위한 대상을 선정하고 이를 위해 일정한 방식의 진료가 전국 어디에서나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면 심근 경색환자가 1차 의료기관에서 발견되면 어떤 방식으로 준비해서 전원하고 이를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한 후 1차 의료기관에서 어떤 검사를 어떤 간격으로 시행하여 진료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전원하는 과정이 확립되어야 한다. 그리고 1차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진 진료 행위 및 검사 결과 등이 공유 되어야 상급병원에서 보다 효율적인 재진료가 가능하다. 이를 위한 진료 지식의 공유 및 교육, 의료 소모품 및 약품의 표준화가 이뤄져야 하며 장기적으로 진료장비와 기타 자원(병실 및 시설 등)의 공유가 추진돼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최적화된 의료지원 장비, 소모품 및 물류, 금융 시스템(핀테크 등)이 더불어 구축된다면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한국형 의료서비스 네트워크가 완성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시스템의 발전은 정보의 공유에서 시작됐다. 구텐베르그의 성경이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수작업으로 만들어져서 너무 비싼 물건이던 책이 저렴한 비용에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되면서 지식이 공유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선진화가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선진 의학지식의 실시간 공유를 통해 이뤄진 것처럼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3.0으로의 발전의 시작은 정부기관-상급의료기관-지역 기반 의료기관-국민 간 정보의 공유와 서비스 지식의 공유를 통해 완성될 것이라고 믿는다. 2016년, 경제환경은 어렵지만 정말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의료서비스 네트워크 구축의 원년이 되기를 기원한다.

김성수 연세의료원 의료정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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