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정통부 폐지
최대 1조 주파수할당대가
활용 원칙 흔들리기 시작
2014년 방발기금중 1450억
미래부 350억 방송 지원
기금 용도별 분리·통합을
최대 1조 주파수할당대가
활용 원칙 흔들리기 시작
2014년 방발기금중 1450억
미래부 350억 방송 지원
기금 용도별 분리·통합을
정보통신·방송기금 운용 실태
이동통신사 주파수 할당대가는 처음 도입된 1990년대 초반에는 정보통신촉진기금이라는 이름 아래 벤처기업 지원과 국가정보화를 위해 온전히 쓰였다. 그러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정보통신진흥기금(이하 정진기금)으로 이름을 바꿔 주파수 할당대가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사용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 정보통신부를 없애면서 기금 운용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ICT 진흥 역할을 맡은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정진기금을 운용하고, 신설된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통신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을 새롭게 조성해 운영키로 했다.
그러면서 주파수 할당대가 수입의 55%를 정진기금에, 45%를 방발기금에 배정키로 했다.
이렇게 기금이 둘로 쪼개진 이후 중복예산과 주먹구구식 편성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차기 정부 조직개편과 함께 비정상적으로 나눴던 기금도 벤처 활성화와 정보통신기술(ICT) 개발 지원을 확대하는 쪽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이통사가 매년 5000억~1조원씩 납부하는 주파수 할당대가 활용원칙을 흔들어 놓았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정보통신부를 해체하며, 이 부처가 주파수 할당대가와 이통사 매출 0.5%~0.75%를 받아 관리하던 정진기금과 당시 방송위원회가 지상파방송, 홈쇼핑 매출 일부를 받아 관리하던 방송발전기금을 합쳤다. 합친 두 기금은 다시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재편, 각각 1조원 규모를 조성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미래창조과학부가 설립되면서, 정진기금은 미래부로 넘어왔다. 미래부는 또 방발기금의 60% 가량도 운영하게 됐다.
이후 두 기금은 ICT와 방송분야에 중복적으로 쓰였다. 또 출처와 사용처 등 자금의 흐름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는 비판 속에 지상파 방송사 등 방송산업 지원에 과도하게 쓰인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매년 6000억원 규모 사업비를 지출하는 방발기금은 이동통신사 주파수할당대가(70%), 지상파방송사 광고매출(15%), 홈쇼핑·유료방송사업자(15%) 등 다양한 사업자가 분담해 조성하지만, 전체 사업비 중 3분의1이 넘는 2000억원 가량을 매년 지상파 방송사 지원에 쓰고 있다.
2014년 방송분야 방발기금 지출액을 분석한 결과 방송통신위원회는 프로그램 제작지원, 시청률 조사 등 지원 사업에 방발기금 1450억원을 썼다. 미래부 역시 같은 해 250억원을 지상파 방송사 등 콘텐츠 지원사업에 쓴 것을 비롯해 350억원을 방송사업을 위해 썼다. 이처럼 기금의 출처가 섞인 이후엔 특정 사업자를 위해 쓰이는 돈이 많아져도, 정확한 출처와 흐름을 분석하기 어려워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인숙 가천대 교수는 "방송발전기금이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확대된 이후 통신에서 들어온 돈이 방송으로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기 어렵게 됐고, 또 사용처가 정당한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며 "국가 기금과 관련한 문제는 가장 투명하게 처리해야 하는데, 알기가 어렵게 된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제라도 용도별로 유사한 기금을 분리·통합해 투명성을 높이고, 창조경제라는 국가전략에 비춰 제대로 된 기금 활용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과거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 김영삼 정부는 우리나라에 이동통신이 도입된 직후인 지난 1995년, 이통사로부터 주파수 할당대가와 매출의 0.5~0.75% 씩을 거둬 정보통신촉진기금을 1조5000억원 규모로 조성했다. 이 기금은 이후 김대중 정권 당시 벤처기업 투자와 인터넷망 구축 등 국가정보화에 집중적으로 활용돼 ICT 강국의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후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5년 정보통신촉진기금은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재편돼, ICT 연구개발(R&D)은 물론 ICT 인력양성 등 분야로 확대됐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진기금과 방발기금이 각각 운영되면서 발생한 예산 중복, 효율성 저하 문제, 수혜자 부담 원칙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ICT 업계 전문가는 "앞으로 논의될 차기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쓰였던 두 기금을 바로잡아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육성에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s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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