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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지재권 분쟁,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입력: 2016-03-24 18:10
[2016년 03월 25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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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지재권 분쟁,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박성준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


삼성과 애플간 세기의 특허전쟁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애플은 5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얻었으나, 추가소송에서는 손해배상의 근거가 됐던 애플 특허가 모두 무효판단을 받았다. 과연 어느 한쪽의 승리라고만 할 수 있을까. 5년간 세계 9개국에서 60여개의 특허소송이 진행됐고 아직도 미국 연방대법원의 최종심이 남아 있다. 양측은 그동안 엄청난 물적, 인적, 시간적 비용을 대가로 치러야 했다.

손자병법에서는 백전백승(百戰百勝)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부전이승(不戰而勝)을 최고의 전략이라고 했다. 스마트폰 하나에 수천 개의 특허가 들어가 있는 오늘날 모든 특허분쟁에서 백전백승이 가능할까. 특히 각국에 등록된 특허에 대해서 동시에 소송을 진행해야 하고 수많은 기술과 법률전문가 집단이 동원되어야 하는 특허소송을 중소기업이나 대학, 공공기관이 감당해 낼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최근 국내·외적으로 지재권 분쟁에 관한 조정제도가 활성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허청에서 운영하는 산업재산권분쟁조정제도가 대표적이다. 조정이란 양 당사자가 합의한 절차에 따라 조정인을 지정하고 도출된 조정안에 합의하면 재판상 화해에 해당하는 최종적 분쟁해결이 되는 제도다. 물론 양측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산업재산권분쟁조정제도는 특히 몇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여러 개의 소송이나 심판을 한 번의 절차에 의해서 해결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특허사건은 보통 민·형사 사건과 특허심판이 병행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큰 사건의 경우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각국의 절차와 판단기준이 달라 재판의 결과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조정에 의하면 이러한 불확실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둘째, 특허청의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다. 산재권 분쟁 조정에서는 침해여부나 배상액의 산정과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판단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액사건의 경우 이러한 판단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소송에 의한 해결 자체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업재산권분쟁조정에서는 특허청이 특허분석이나 손해액 감정 등 침해여부 판단에 필요한 전문적 조력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당사자 일방이 사회적 약자인 경우에는 조정 실패시 이어지는 소송에서 비용지원도 가능하다.

셋째, 승자독식이 아니라 윈윈 할 수 있는 다양한 분쟁해결이 가능하다. 소송은 일도양단의 판결을 내려야만 한다. 그러나 조정제도에서는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침해여부가 모호할 경우에는 침해판단을 구하는 것보다 손해배상 없이 추가적인 생산만 금지하는 것으로 합의하거나 정식 납품계약관계로 발전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넷째, 신속성과 비공개성이다. 산업재산권분쟁조정은 보통 2~3개월 이내에 조정절차가 마무리되고 조정과정이 비공개로 이뤄지기 때문에 분쟁 사실 자체가 알려지기를 꺼려하거나 영업비밀 등 정보유출을 우려하는 경우에 매우 유용하다.

특허청은 산업재산권분쟁조정제도 활성화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에서 기소여부 판단이 어려운 경우 조정을 위탁받아 당사자간 해결을 도와주고 있으며, 민사소송에 있어서도 법원과 연계해 조정제도를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침해소송과 관련된 특허심판 사건도 조정을 권장해 분쟁의 불길이 소송으로 번지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얼마전 특허청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중재·조정센터와 함께 중재·조정제도의 활용방안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특허청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와 WIPO중재·조정센터가 연계해 중소기업의 해외 지재권 분쟁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길도 모색하고 있다.

지재권 분쟁은 피하기 어려운 운명이다. 그러나 매번 피를 흘리며 싸울 필요는 없다. 산업재산권분쟁조정제도를 통해 싸우지 않고 이기는 손자병법의 지혜를 모색해 보기를 권한다.

박성준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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