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선 이미 `구글세`로 2000억씩 걷는데, 한국은…

외감법·법인세 개정안 2년간 심사만
총선체제에 국회 마비 논의 못해
법안 대표발의 의원들 총선 불출마
20대 국회에서도 법 제정 미지수
국조법 등 정부 대응책도 지지부진
영국·이탈리아는 이미 세금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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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선 이미 `구글세`로 2000억씩 걷는데, 한국은…
사진=연합뉴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선 이미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논란과 관련해 이른바 '구글세' 징수가 시작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응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유한회사인 다국적기업을 감사하고, 세금을 물리는 등의 이른바 '구글세' 관련 법안이 19대 국회에서 모두 폐기될 처지다. 19대 국회 회기는 오는 5월 말까지이지만, '4.13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관련 법안들이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앞서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은 2014년 1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외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유한회사도 주식회사처럼 외부감사를 받도록 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상 유한회사의 경우, 외부감사를 받을 의무가 없고, 감사보고서 제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에 따라 구글, 애플 등 다국적기업이 국내에서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제대로 세금을 물리지 못하고 있어 국내기업에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같은 해 12월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도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기업에 세금을 물리는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법인세 개정안)을 발의했다. 홍 의원은 글로벌 인터넷기업이 국내에서 소득을 올리고 있는데도, 국내 사업장이 없어 법인세를 부과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 국내에서 제품(프로그램 저작권)이 판매된 경우에는 이를 외국 법인의 국내 원천소득으로 보고 과세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2014년 발의된 두 법안은 2년여가 흐른 현재까지 각 소관 위원회의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회 관계자는 "19대 국회에선 통과가 어렵게 됐다"며 "(발의)당시에는 최소한의 제도라도 만들자는 심산으로 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G20 회의에서 세계 각국이 조세회피에 대한 공동대응을 한다고 한 이후에야 반짝 관심이 일었지만, 이미 총선 준비에 바쁠 때라 관련 법안엔 전혀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안은) 현재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며 "뜨거운 감자인 만큼 20대 국회에서 재발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다시 발의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앞서 법안을 제출한 홍지만, 김태호 의원은 이번 총선에 불출마했다.

우리 정부도 G20 등 국제 사회와 공조를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일명 구글세를 위한 '역외탈세를 이용한 국가간 소득이전 및 세원잠식'(BEPS) 대응체계 준비에 나섰다. 세계 각국은 지난해 G20 회의에서 각국 상황에 따라 관련법 입법화 또는 조세조약 개정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전히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현재 우리 정부는 'BEPS 대응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국조법) 개정에 합의하는 과정까지 왔다. 국조법 개정안은 다국적기업 법인이 과세당국에 지배구조와 거래내역, 인수합병(M&A) 등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세법개정안 개정 시 입법할 예정이지만, 실제 적용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영국과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는 이미 구글과 애플 등 다국적 기업에 세금을 물리고 있다. 지난 1월 구글은 영국 세무당국에 밀린 세금 1억3000만 파운드(2200억원)를 내기로 합의했으며, 이탈리아 세무당국에도 1억5000만 유로(약 20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도 구글과 세금 협상에 나선 상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영국 등의 움직임은 개별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현재 G20과 합동으로 BEPS에 대한 국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BEPS 관련해 논의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한꺼번에 일을 처리하는 것은 어렵고, 단계적으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희기자 poof3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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