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부장' 5단계 직제 대신
'사원-수석' 4단계 적용 유력
회의 · 보고 등도 축소키로
이재용식 경영 철학 이식
그룹 계열사로 확대 추진
'사원-수석' 4단계 적용 유력
회의 · 보고 등도 축소키로
이재용식 경영 철학 이식
그룹 계열사로 확대 추진
'스타트업 컬처혁신' 선포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전자가 수원시대 개막에 맞춰 '수평·효율·집중' 등을 골자로 하는 조직문화 혁신을 선언했다.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가볍고 빠른' 조직이 필요하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4일 경기도 수원 디지털시티에 있는 디지털연구소(R4)에서 윤부근 CE부문 대표, 신종균 IM부문 대표, 이상훈 경영지원실 사장을 비롯해 주요 사업부장, 임직원 등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스타트업 삼성 컬처혁신 선포식'을 했다.
삼성전자는 조직문화 혁신을 새로 시작해 스타트업 기업처럼 빠르게 실행하고 열린 소통의 문화를 지향하면서 지속해 혁신하자는 의미를 '스타트업 삼성'에 담았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임직원의 집단지성 플랫폼인 모자이크에서 '글로벌 인사제도 혁신'을 주제로 온라인 대토론회를 실시했다. 이 자리에는 2만6000여명의 임직원이 참여했고, 1200여건의 제안과 댓글이 쏟아졌다.
◇'수평·효율·집중' 3대 컬처혁신…직제 단순화 추진=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현재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 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 등 '3대 컬처혁신 전략'을 내놨다.
우선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직급 체계를 단순화해 직무와 역할 중심으로 인사조직을 개편하기로 했다. 개편 방안은 기존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직제 대신 연구개발(R&D), 엔지니어, 디자인 등 직군에서 적용 중인 '사원-선임-책임-수석'을 적용할 것이 유력하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모든 임원은 권위주의 문화를 타파하겠다는 선언문에 직접 서명하고, 모자이크에서는 CFO와 사업부장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활성화한다.
또 업무 생산성 제고를 위해 불필요한 회의의 절반을 통합하거나 축소하고, 동시·실무·심플 보고 등 '스피드 보고의 3대 원칙'을 이행하기로 했다. 임직원의 승부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사원을 대상으로 의식 교육도 한다. 자발적 몰입에는 습관적·눈치성 평일 잔업이나 주말 특근을 줄이고 가족사랑 휴가 등 다양한 휴가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삼성전자는 컬처혁신을 뒷받침하기 위해 직급 단순화, 수평적 호칭, 선발형 승격, 성과형 보상 등 4가지 방향을 골자로 하는 글로벌 인사혁신 로드맵을 수립해 6월 중에 임직원을 대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선택과 집중' 이재용식 경영철학…IoT·스마트카 등 미래시장 선제 대응=삼성전자의 이 같은 변화 움직임의 뿌리에는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카, VR(가상현실), 핀테크, 웨어러블 등 시장의 빠른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동시에 '선택과 집중'으로 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이재용식 경영 철학이 담겨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2년 동안 방산·화학 계열사를 전격 매각하고 '전자·바이오·금융'을 중심으로 그룹 핵심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아울러 미래 성장동력을 앞서 마련해야 한다는 삼성전자의 위기의식도 담겨있다. 구글과 애플 등 세계 주요 기업은 IoT의 핵심 경쟁력인 강력한 운영체제(OS) 플랫폼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자동차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시장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스마트폰·가전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 사업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13년 36조78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다시 20조원대로 내림세를 보이는 중이고, 중국의 스마트폰·가전 경쟁력 강화 등으로 올해 전망 역시 그리 밝지 않다.
9만8557명(본사 기준)에 이르는 비대한 조직의 역삼각형화도 문제점이다.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의 지난해 보고서에 의하면 삼성전자 임원 1명 당 직원 숫자는 2011년 104명에서 지난해 83.1명으로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조직 혁신은 이재용식 경영철학을 삼성전자 DNA로 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이 같은 움직임은 삼성그룹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컬처혁신과 인사혁신을 위해 경영진과 협의회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발족하고, 세부 전략을 충실히 실행할 것을 약속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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